장동언 기상청장
오랜 시간 머물던 여름철 더위가 지나가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가을이 잠시 머물더니, 어느새 찬 공기가 피부를 스치는 겨울이 성큼 왔다. 고개를 들면 겨울 특유의 맑고 투명한 하늘이 펼쳐져 있고 북쪽에서 내려오는 매서운 바람은 얼굴과 손끝에 차가운 기운을 남긴다. 그런데 이 세찬 겨울바람은 그 자체로 위험 요소가 된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동해, 서해, 남해에서 모두 양식업이 발달했다. 수온과 바람 등 기상변화는 어민의 안전과 양식장의 생산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겨울엔 바람이 강해지면서 파고가 높아져 안전사고의 위험이 커진다. 이에 겨울바람과 같은 해양 환경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안전을 지키고자, 다양한 해양관측장비가 대한민국의 바다를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 그중 바다 위에 떠서 현장을 직접 관측하는 장비는 ‘부이’이다.
부이는 크게 해양기상부이, 파고 부이, 연안 부이로 나뉜다. 해양기상부이는 먼바다에서 해양관측을 담당하는 장비로, 해면 상태와 수온, 기압, 기온, 풍향·풍속, 시정 등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한다. 파고 부이는 주로 연안에 가까운 앞바다에서 파고와 수온을 중심으로 관측하며 해양기상부이에 비해 규모가 작고 구조가 간단하다. 마지막으로 연안 부이는 파고 부이보다 정밀한 관측이 가능하며 기온, 풍향, 풍속, 기압 등의 정보를 제공해 해양 예보 및 안전사고 예방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먼바다에 설치된 해양기상부이는 3m, 6m, 10m의 크기로 분류되며 크기에 따라 다양한 장비로 각종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된 데이터는 서해를 거쳐 접근하는 강한 저기압 등 위험기상을 먼바다에서 조기에 탐지해 대비할 시간을 확보하고 예보 정확성을 높이는 데에도 기여한다. 앞바다에 설치된 파고 부이는 0.7m의 작은 부이로, 해양기상부이 설치가 어려운 연안에서 해면 상태를 관측한다. 파고와 수온 정보 등 어업과 연안 활동에 유용한 데이터를 제공하지만 상세한 관측이 어렵고 잦은 해양 사고가 발생하는 등 운영에 한계가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상청은 보다 정밀한 관측이 가능하고 안전한 연안 부이로의 단계적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연안 부이는 파고 부이의 단점을 보완할 2m 내외의 부이로, 해면 상태뿐만 아니라 풍향·풍속, 기온, 기압 등 해양기상부이에 버금가는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상세한 정보를 바탕으로 예·특보에 도움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재난 대비, 해양 생태계 연구와 해양 산업 등 폭넓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또 눈에 쉽게 띄는 큰 크기로, 선박 운항이나 안전사고 예방에도 이바지한다. 기상청은 이러한 부이들을 비롯한 다양한 해양관측장비로 대한민국의 바다를 상세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를 통해 기상변화를 예측하고 해양 사고를 예방하며, 재난 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측과 분석을 강화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대한민국 바다를 더욱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끌기 위한 기상청의 노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