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은성 노무사(샛별 노무사사무소)

"이 가게 반찬 재활용합니다. 가지마세요", "마감 직전에 주문했는데도 너무 친절하게 대해주셨어요, 이런 곳은 돈쭐내야죠!" 인터넷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글이다. 그런데 가게가 제공하는 ‘음식이나 서비스’를 넘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지불하는지, 나아가 법을 제대로 준수하고 있는지를 평가할 수는 없는 걸까?

올해 임금체불액은 역대 최고액을 경신하였고, 추세대로라면 연말까지 2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21만 7000명의 근로자가 1조5224억원의 임금을 제 때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것을 단순히 경기 침체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

다른 데이터를 보면 원인을 유추할 수 있다. 임금체불 청산율은 약 80%로 추산되고, 올해는 약 70%로 집계되고 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열에 일곱은 체불된 금품을 지급할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반면 2023년 고용노동부가 처리한 임금체불 사건 18만건 중 ‘기소의견’으로 송치된 사건은 12.7%로, 10건 중 1건에 불과하다.

‘임금체불이 범죄가 되지 않는 사회’라는 말이 과하지 않다. 어지간해서는 처벌되지 않고, 노동청 조사 과정에서 오히려 근로감독관이 합의롤 종용하며 금품을 깎아주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임금체불이 누군가의 생계를 위협하는 범죄라는 인식은 흐릿해진다. "임금체불이라고 하지 말고 임금절도라고 부르자"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그런데 대전의 P카페 사례는 사뭇 다르다. 지난 11월 26일 MBC에서 보도된 P카페는 3개의 지점으로 사업장을 쪼개어 5인 미만 사업장으로 위장하고, 이를 통해 각종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터뷰에서 사업주는 "노동청에 신고하는 나부랭이들, 제정신이 아니야"라고 되려 큰소리를 쳤다.

이 사례가 보도된지 일곱시간 만에 기사에는 댓글이 2000개가 넘게 달렸고, 분노한 사람들이 카카오맵 리뷰에 "임금체불 사업장, 가지 마세요", "별점 1점도 아깝다. 왜 0점은 없나요?"라며 자발적 불매운동(Boycott)을 전개했다.

근로감독관의 무책임한 사건처리와 사업주의 뻔뻔한 태도가 촉매제가 됐겠지만, 지역 일자리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유의미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소비자임과 동시에 노동자이다. 반드시 사업장에 종속되어 노동력을 제공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는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이 전제를 잊지 않는다면,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의 임금체불 소식에 분노하고, 임금체불 사업주에 대하여 자발적 불매운동을 전개한다면 우리 사회 일터의 모습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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