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충북형 공립대안고 단재고 개교만 남았다
上. 학교·교과·교원·학생… 마지막 단추 채워
中. 미래형 인재 양성… 단재고 뭘 배우나
下. IB교육 접목… 충북교육 전환점 주목

下. IB교육 접목… 충북교육 전환점 주목
160여개국 5700곳 도입 운영
국내 수도권·경북권 중심 확산
단재고 2학년 ‘연계교과’ 집중
2027년 IB 월드스쿨 인증 목표
특권학교 추구 우려 목소리도

2025년 개교 예정인 단재고 전경. 충북도교육청 제공
2025년 개교 예정인 단재고 전경. 충북도교육청 제공

[충청투데이 이용민 기자] 아직까지 충북지역 대다수 학부모들에게 IB(국제바칼로레아)는 낯선 개념이다.

충북도교육청은 지난 5월 IB 도입을 공식 선언하고 7월에는 청주 일신여고, 충주 중앙탑고, 제천여고, 청주외고 등 IB 준비학교 9곳을 선정하는 등 프로그램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건영 교육감이 직접 토크콘서트에 나서며 프로그램을 알리는 데 적극적이다.

윤 교육감은 22일 서울에서 열리는 IB 사무총장과 오찬 간담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IB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재단인 IB기구에서 개발·운영하는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동이 잦은 외교관들의 자녀를 위해 세계 각국 시험제도를 충족시키면서도 세계평화 등 이념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개발됐다.

현재 세계 160여개국 5700여개 학교가 IB프로그램을 도입해 운영 중이다. 국내에서도 2010년대 후반부터 수도권과 경북권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도입이 확산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경북대 사대부고를 졸업한 한 학생은 공통과목 기준 1학년 내신 성적이 3등급이었지만 IB 과정에선 42점을 얻었다. IBDP 40점 이상이면 해외 유명대학이나 국내 명문대에 지원할 수 있다.

IB 교육목표는 인류의 공통 과제에 관심을 두고 더 나은 세상을 실현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지식이 풍부하고 탐구심이 많은 청소년을 기르는 것이다. 이는 단재고의 인재상과 유사하다.

단재고 2025학년도 교육과정 편제표를 보면 1학년은 공통 교과를 이수하게 된다. 2학년부터 IB 연계 교과에 집중한다. 2학년 전입생들은 내년 1학기에 단재교과 8학점과 미래교과 21학점 등 총 29학점을 이수하게 된다. 이중 22학점이 IB연계과목이다. 사실상 IB학교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IB교육 확산으로 충북교육을 새롭게 하려는 도교육청으로서는 단재고의 성공이 중요하다.

윤 교육감은 "IB는 세계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기준과 제도로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에 접목하면 시대적 요구에 부합하는 공교육의 모델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1차 산업에 머물러 있던 우리나라는 국민학교로 시작된 국민교육에서 2차 산업 역군을 양성해 산업화를 이뤘다. 이후 국민학교는 초등학교로 바뀌고 교육과정 역시 금융, 사회서비스, 엔터 등 3차 산업에서 일할 ‘화이트칼라’까지 공급할 수 있도록 변화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 예전의 교육만으로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챗GPT로 대표되는 인공지능과 경쟁하려면 지식을 쌓아 질문에 맞는 답을 고르는 게 아니라 다양한 사회현상에 문제를 제기하고 해답을 찾기 위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도교육청은 내년 3월 단재고를 IB 관심학교로 등록하고 9월에는 IB 후보학교로 등록할 계획이다. 2027년 IB 월드스쿨 인증을 받는 게 목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하지만 신설학교에 새로운 교육과정을 담을 때는 시행착오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충북교육연대는 "졸속적인 IB 도입"이라며 "이제 막 걸음마 단계인 준비학교를 모집하고 있는 실정에서 IB학교도, 단재고의 미래교육도 아닌 기괴한 교육이 탄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단재고의 IB 도입이 대안학교가 아닌 특권학교로 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어떤 제도든 결국 운용의 묘가 관건이다. 단재고에 담긴 IB가 잘 숙성돼 그 향기를 지역에 퍼뜨리는 일은 교육당국과 학교 구성원에 달렸다. <끝>

이용민 기자 lympu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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