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충남본부 기자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나이가 들수록 하루가 짧게 느껴진다. 어렸을 땐 느릿느릿 흘러 무료하기까지 했던 하루가 쏜살같이 흘러가고, 눈 깜짝할 새 1년이 지나있다.

전문가들은 노화에 따라 생체시계가 느려지거나 새로운 자극에 대한 도파민 분비가 줄어드는 등 다양한 원인을 꼽는다.

원인이야 어찌 됐건, 필자 또한 올해 1년이 작년보다 금방 지나갔음을 느낀다.

이제 필자의 하루는 점점 더 빨라질 일만 남았고, 필자의 마지막 순간과 더 빠른 속도로 가까워진다. ‘오늘 하루가 마지막 순간으로의 한 걸음’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분노와 억울함, 아쉬움이 없는 행복한 내일을 보내고 싶다.

필자가 느끼는 이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하지만 충남 유류피해민들의 내일은 아직도 안갯속에 가려져 있다. 2007년 충남 태안에서 발생한 허베이스피리트 유류사고로 잊을 수 없는 상처를 입었지만, 배상 차원의 유류피해기금 3067억원은 지금까지도 정상 사용되지 않고 있다. 유류피해민들은 피해의 상처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고무적인 부분은 지난해 기금 관리감독 기관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유류피해기금 정상화를 위한 소송을 진행했다.

당시 유류피해기금 정상화 논의도 시작되며 유류피해민에게도 행복한 내일이 다가오는 듯했는데 소송은 아직까지도 진행 중이다.

소송은 장기화될 전망인데, 소송 이후에도 기금 사용 방안 등 논의를 거쳐야 해 실제 기금 사용까지는 수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금이 사용될 때까지 피해민들은 억울하고 분노하는 어두운 내일 속에서 살 수밖에 없다.

"내가 죽기 전에 (유류피해) 기금이 제대로 쓰이는 걸 볼 수 있을지 모르겠어"

필자가 충남 보령 유류피해민을 만났을 때 들었던 말이다.

유류사고가 발생한 지 벌써 17년이 지났다. 느리게 흘러가던 하루가 쏜살같이 흘러가는 하루로 바뀌고도 남았을 시간이다.

특히 유류피해민 대부분이 현재는 고령으로 이들의 하루는 필자보다 훨씬 빨리 흘러갈 것이다.

그렇기에 지체할 시간이 없다.

짧아지는 하루 속 유류피해민이 행복한 내일을 보낼 수 있도록, 관계 기관에선 하루 빨리 기금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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