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언 기상청장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많은 것이 떠오르는데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아무래도 ‘첫눈’이 아닐까 싶다. 첫눈은 매년 찾아오지만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함과 설렘을 전달하기에 유독 특별하게 느껴진다. 사람들은 온 세상이 하얗게 덮인 풍경을 보며 설레는 마음과 함께 어린 시절의 추억이나 소중한 사람들을 떠올리곤 한다.

눈은 차가운 공기와 바다의 따뜻한 수증기가 만나 대기 중의 수증기가 냉각되면서 눈구름이 형성돼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얼음 결정으로, 눈 결정은 여러 형태를 띠지만 보통 2mm 정도의 크기다. 첫눈은 그해 겨울 처음 내리는 눈으로 보통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해 0도 이하가 되고 수증기가 응결돼 눈으로 변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되는 11월 중순에서 12월 초에 관측된다.

눈은 형성되는 상태에 따라 종류가 달라지며 크게 함박눈, 가루눈, 싸락눈, 진눈깨비로 나뉜다. 먼저 함박눈은 대기 중의 수증기가 급격히 응결해 형성된 크고 무거운 눈송이로, 습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따뜻하며 바람이 세지 않은 조건에서 내린다. 습기가 많아 쉽게 부서지지 않고 잘 뭉쳐져 눈사람을 만들거나 눈싸움을 하기에 적합하다. 반대로 가루눈은 대기 중의 습도가 낮고 기온이 낮은 조건에서 형성돼 바람에 쉽게 날리고 서로 뭉쳐지지 않는 성질을 띤다. 그래서 발로 밟으면 눈의 결정이 부딪쳐 소리가 나고 푹신한 느낌을 받게 된다. 싸락눈은 기온이 영하인 상태에서 대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해 작은 얼음 알갱이 형태로 내리는 눈이다. 마지막으로 진눈깨비는 비와 눈이 섞여서 내리는 기상현상으로 대기 상층에서는 낮은 기온으로 눈이 만들어지고 대기 하층에서는 기온이 상승해 비가 내릴 때 발생한다.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첫눈은 기상학적으로 중요한 현상이다. 겨울철의 기압 패턴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기상 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첫눈이 내린 후 지표에 쌓이면 공기가 더 차가워져 지표면 근처에 냉기가 머물게 되면서 한파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눈은 대기 안정도를 높인다. 눈이 내리는 과정에서 대기가 불안정해질 수도 있지만 내린 눈이 쌓이면 지표면의 열이 대기로 쉽게 전달되지 않아 대기가 전보다 안정적으로 변하곤 한다. 또 대기 중의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제거해 대기질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눈이 내린 후의 맑고 청량한 공기는 사람들에게 상쾌한 기분을 선사한다. 하지만 첫눈이 내리는 시기에는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므로 건강 관리에 유의가 필요하다. 특히 밤사이 기온이 내려가면서 내린 눈이 얼어 빙판길이 나타나는 곳이 많으니 되도록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차량 운행 시에는 저속 운행하고 차량 간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등 안전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쌀쌀한 바람과 함께 어느새 첫눈이 생각나는 계절이 왔다. 소중한 사람들과 첫눈을 맞으며 겨울을 시작해 보면 어떨까. 그리고 눈이 내리는 날에는 기상정보를 확인하여, 안전하게 겨울의 매력을 즐기며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