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 확산으로 소 60마리 살처분
54명 중 17명 PTSD 겪어… 개선 필요
근무 환경 열악·낮은 임금에 직원 부족
[충청투데이 김지현 기자] "가축 울음소리, 피비린내, 기계음 등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서 괴로워요."
지난달 충청권에서 럼피스킨으로 소 60마리가 살처분된 가운데, 가축 매몰을 경험한 충남 수의직 공무원 10명 중 3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남에선 심리 상담 연계 등 수의직 공무원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4일 충남도에 따르면 지난 6월부터 약 한 달 동안 충남동물위생시험소 수의직 공무원을 대상으로 외상 후 스트레스장애 실태조사 연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가축 매몰 경험이 있는 54명의 직원 중 31.5%에 달하는 17명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외에도 스트레스 위험군으로 분류할 수 있는 직원은 25명(24.3%), 음주 위험 또는 고위험군은 27명(50%)으로 절반에 달했다. 앞서 올해 충청권에선 지난 9월 19일 충북 충주의 한 축산농가에서 발생한 데 이어 이후 지난달 24일 충남 당진과 27일 충주에서 소 17마리와 43마리가 럼피스킨 양성 반응을 보여 살처분됐다.
럼피스킨은 모기 등 흡혈곤충을 통해 옮겨지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발병 개체를 모두 살처분해야 한다. 수의직 공무원들이 감염병 발생으로 인한 살처분 환경에 노출되면 심리적 충격이 가해져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을 수 있다는 것이 도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기에 가축 매몰을 경험하지 않은 41명의 충남동물위생시험소 수의직 공무원들도 도축 확인, 시료 채취 등 살처분에 준하는 환경에 계속해서 노출되면서 31%에 달하는 13명이 외상 후스트레스장애 위험군으로 분류됐다.
이처럼 근무 환경이 열악한 반면 임금은 민간 수의사에 비해 턱없이 낮아 도에선 수의직 공무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실제 충남동물위생시험소가 공개한 지난달 1일 기준 도 수의직 정원 106명 중 현원은 91명으로 15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수의직 처우 개선을 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충남도의회 김복만 의원(국민의힘·금산 2)은 "수의직들이 살처분 트라우마 등에서 해소될 수 있도록 심리 상담 연계 등 해결 방안이 필요하다"며 "처우 개선에 대해서도 논의를 통해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 기자 wlgusk1223k@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