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교전통 의례관 한옥 10개동으로 구성
대전 유일 한옥마을… 동구 이사동에 건립
市, 설문 조사 통해 ‘대전별서’ 별칭 선정
절암천 마을 관통·소나무 3000그루 보유
은진송씨 분묘 1000기 등 문화유산 집적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대전시의 유교전통의례관이 오는 27일 개관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충청유교문화권 관광개발사업을 통해 조성된 유교전통의례관은 유교와 전통문화 및 한옥숙박 등을 주제로 한 다양한 체험과 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대전 유일의 한옥마을로 동구 이사동(57-3번지)에 건립됐다. 국비 33억을 포함, 총사업비 130억이 투입됐으며,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의 기본계획수립으로부터 약 6년만인 지난 5월 준공돼 개관에 이르게 됐다.
유교전통의례관은 총 10동의 한옥으로 구성돼 있다.
이 중 3개 동은 전통문화와 의례교육을 지원하기 위한 시설이고, 나머지는 7개 동 10개 실은 숙박체험용 한옥으로 장애인동을 포함, 2인실부터 8일실까지 그 규모와 형태가 다양하다.
모든 건물들은 전통한옥의 격식과 규범에 충실하면서도 창호와 기단 높이를 조정하고 내부에는 입식 화장실과 샤워실을 설치하는 등 이용자들의 안전과 편의성도 고려했다.
각 동의 배치 또한 한옥의 특징인 채 나눔을 적용, 공간 분리를 명확히 하면서도 각각의 동들이 유기적으로 연결, 향후 숙박체험을 연계한 단체 이용객들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조성됐다.
대전문화재단이 위탁 운영하는 유교전통의례관은 이미 지난 7월 직원들이 입주해 시설점검과 함께 ‘꼬마 선비 체험’과 같은 파일럿 프로그램을 운영,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향후 계획된 정규 교육프로그램들 또한 전통유교가 가지는 다소 경직된 이미지를 탈피해, 유교에 담긴 철학과 정신에서 환경파괴와 인간소외, 인간관계의 회복 등 오늘날 우리 공동체가 안고 있는 문제들의 해결 방안을 구하는, 젊고 현대적인 유교의 재발견을 지향하고 있다.
개관을 준비하며 대전시는 인터넷 설문조사를 통해 ‘대전별서’라는 별칭을 선정했다.
유교전통의례관과 병용해 쓸 수 있는 짧고 부르기 쉬운 이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별서(別墅)’란 조선시대 양반들이 휴양과 독서 등을 위해 본가 주변, 적당한 거리에 풍광 좋은 곳을 골라 지은 집이나 정원으로 지금의 ‘별장’ 정도로 볼 수 있다.
실제 이사동 유교전통의례관은 대도시 안에 위치하면서도 수려한 경관을 자랑한다.
대전천의 지류인 절암천이 마을을 관통하며 흐르고, 약 8만㎡의 산림에는 보호림으로 지정된 소나무 약 3000그루가 빼곡하다.
문화유산도 상당수 집적돼 있다. 지역 대표 사족(士族) 중 하나인 은진송씨들의 분묘(墳墓) 천여 기가 밀집돼 있고 묘역 내 혼유석(魂遊石)과 문인석(文人石) 등 석물이 전통시대 공예와 민속사 연구에 의미 있는 자료로 평가되고 있으며, 묘의 관리와 제를 위해 더불어 건립된 재실들 또한 가치가 높다.
이외에도 난곡(蘭谷) 송병화(宋炳華) 선생이 지은 봉강정사(鳳岡精舍)와 그의 9대조 송국택(宋國澤)의 당호이기도 한 사우당(四友堂), 100여년을 헤아리는 우물인 한천(寒泉) 등 한마을에 대전의 역사와 중요 인물들의 사적(史蹟)들이 빼곡히 차 있다.
이사동의 이러한 수많은 자원은 다양한 형태의 지역 역사문화콘텐츠로 개발될 큰 잠재력을 갖고 있다.
대전의 대표적 근대역사문화공간으로 소제동 철도마을이 꼽힌다면, 이사동은 대전의 대표적인 그리고 어쩌면 유일하게 그 모습이 잘 보존돼 있는 전통마을이라 하겠다.
그런 맥락에서 이번 대전별서의 개관은 대전시가 갖고 있던 이사동에 대한 오랜 고민의 첫 결과물인 동시에, 장기적 사업을 위한 교두보 혹은 거점을 마련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실제 대전시는 전통의례관과 연계해 활용할 월송재(月松齋)와 절우당(節友堂) 등 주변 재실의 보수정비를 연이어 추진 중이며 뿐만 아니라 향후 이사동에 예술인촌(도예마을)과 무형유산 전수교육관인 제2전통나래관의 건립 또한 검토하고 있다.
다만 당장의 유교전통의례관 개관에만 집중해 볼 때, 해결돼야 할 문제들이 적지 않다.
도로 환경 및 주차 공간, 주변 인프라 부족이 가장 대표적이며 한옥 체험시설의 특성상 화재 발생 위험이 높아 실내 취사가 금지돼 별도의 취사 공간이나 인근의 음식점들은 시급히 확보돼야 할 부분으로 보인다.
강병선 대전시 문화유산과장은 "지금의 이사동의 역사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백 년의 시간이 필요했던 만큼, 이제 개관하는 유교전통의례관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질 이사동 역시 긴 호흡이 필요하다"며 "우선 전통의례관 주변 재실 보수정비를 통해 교육과 행사를 위한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고, 취사시설 역시 이를 통해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며 이사동 주민을 비롯한 대전시민의 지지와 응원을 부탁했다.
대전시 유교전통의례관, 대전별서의 개관행사는 오는 27일 오후 3시 의례관 앞마당에서 열리며, 다양한 공연과 전시 등이 함께 펼쳐질 예정이다.
참여를 원하는 주민과 대전시민이 함께 할 수 있는 열린 개관식으로 치러질 예정이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