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복현 한밭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은 1944년 흔히 제2의 권리장전이라 일컬어지는 ‘경제적 권리장전’을 발표했다. 그는 여기서 개인들이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경제적 안전과 독립’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경제적 안전의 주요 내용은 일자리를 가질 권리, 의식주를 위한 소득을 얻을 권리, 노령, 질병, 사고, 실업과 같은 경제적 공포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등이다. 루즈벨트가 경제적 권리를 주장했던 이유는 정치적 자유 즉, 개인의 언론, 출판, 종교, 재판의 자유 등만으로는 개인들이 행복을 추구하기에 충분하지 못하다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는 "궁핍한 사람은 자유인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따라서 각 개인이 진정한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모두에게 경제적 안전과 번영이 충족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에는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안전의 밖에 놓여 있다. 7월 현재 실질적인 실업자(쉬었음과 구직단념자 포함)수는 363만명에 이른다. 또 올 1분기 기준으로 전체 소득자의 하위 20%에 해당하는 1분위 계층의 처분가능소득은 소비지출의 72.8%에 불과하다. 이들은 경제적 안전의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이다.
기본권으로서의 경제적 권리는 개인이 스스로 획득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보호하고 보장해 줘야 한다. 실업과 저소득 문제가 민간의 시장경제 활동에 의해서 모두 해결될 수는 없다. 경기 번영기에도 비자발적 실업이 여전히 존재하며, 저소득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다. 이는 여러 나라의 경험적 사실로 입증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도록 하려면 국가가 개인의 경제적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실업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민간 부문의 일자리 증대를 위한 투자 활성화도 중요하지만, 민간시장에서 다 소화하지 못한 실업자에 대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줘야 한다. 정부가 현재 시행하고 있는 공공 일자리 창출 정책을 더 확대하고 효율화시켜 실업자에게 고용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일의 내용이 일시적이며 또 공공 인프라 등의 개선과 유지를 위한 것이라면 민간부문과 경합하지 않을 수 있다. 또 공공 일자리 창출에 기술훈련과 교육을 포함시킨다면, 실업자의 민간부문 취업기회를 증대시키고 생산성을 증대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
저소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수활성화 정책과 함께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의 수익이 개선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최근 소상공인들은 매출 부족과 함께 부채 상환부담 증가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의 매출 증가를 위해서는 근본적으로는 민간 소비가 더 활성화돼야 하겠지만, 지역사랑상품권의 발행 확대 등 정책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또한 부채 상환부담 감축을 위해 저금리로의 전환대출, 이자 차액 보전 등의 정책을 더 확대하고 실효성 있게 운용할 수도 있다.
실업이나 저소득과 같은 경제적 불안의 존재는 개인들로 하여금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없게 만든다. 사실 투자와 소비와 같은 경제적 의사결정의 자유도 경제적 안전이 먼저 해결된 이후에나 누릴 수 있는 자유이다. 우리 국민 모두가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기 위해서는 국가가모든 개인의 경제적 안전을 보호하고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