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훈 농협중앙회 대전본부장

一粒一粒安可輕(일립일립안가경) 한 알 한 알 어찌 가벼이 여길 수 있겠는가, 係人生死與富貪(계인생사여부탐) 사람의 생사와 부귀가 이 곡식에 달렸는데, 我敬農夫如敬佛(아경농부여경불) 나는 부처를 공경하듯 농부를 공경하노니, 佛猶難活已飢人(불유난활이기인) 부처도 못 살리는 굶주린 사람 농부만은 살리네.

고려시대 3대 문호 이규보 선생은 신곡행(新穀行)이란 시를 통해 햅쌀을 보는 반가움과 농민에 대한 무한한 존경, 그리고 감사함을 진솔하게 그려냈다.

당시 쌀은 백성들에게 물가의 기준이요, 봉급의 대상이자 생명과 직결된 그 시대의 가장 절실한 현실의 문제였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제사상에는 갓 지은 쌀밥, 쌀로 빚은 곡주를 올렸고 집안의 경조사는 물론 이사를 오면 이웃에게 떡을 돌리며 예를 표했다. 그만큼 쌀은 우리 식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존재였다.

우리 민족의 혼과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역사이자 대한민국 경제발전의 근간이 바로 쌀인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지금 우리 쌀이 차지하는 위상을 보면 처참한 지경이다. 쌀이 비만과 성인병의 주범이라는 잘못된 오해와 서구화된 식습관 등으로 인해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쌀 소비 감소는 2000년을 기점으로 국내 쌀 생산량이 소비량보다 많은 공급과잉 구조로 전환되었으며,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1993년 110.2㎏에서 지난해 절반 수준인 56.4㎏으로 급감했다. 출산율 저하, 1인 가구 증가 등에 따른 소비 감소가 지속되어 역대급으로 치솟는 물가와 반대로 쌀값만 역주행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산지 쌀값은 지난해 10월 정점을 찍은 뒤 계속 하락해 왔고 지난 5월 이후부터는 하락 폭이 더 커지고 있다. 80㎏ 한 가마니 가격은 지난 7월 17만 9516원으로 18만원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이런 추세대로 쌀값이 하락하면 장기적으로는 식량안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에 우리 농협에서는 쌀의 가치와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임직원 한명 한명이 쌀 홍보대사가 되어 쌀 소비촉진에 매진하고 있다. 쌀을 비롯해 쌀로 만든 가공식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아침밥 먹기 캠페인, 고객 사은품 쌀 제공, 취약계층 쌀 기부 등 쌀 소비 확대에 전사적 역량을 총 동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쌀 소비 감소를 막는 건 역부족이기에 범국민의 쌀 소비촉진 참여가 절실한 시점이다.

1971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사이먼 쿠즈네츠는 "후진국이 공업 발전을 통해 중진국까지 도약할 순 있으나 농업 발전 없이는 선진국이 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우리나라도 밥심으로 지금의 경제강국을 이뤄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금 대한민국 경제성장과 함께 해온 쌀 산업 제2의 전성기이자, 새로운 희망농업·행복농촌을 구현하는 길. 그 작은 밑거름의 시작은 바로 지금 소중한 가족 또는 지인들과 함께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쌀이 살아야 그리고 농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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