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희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필자는 대한민국 걸그룹의 시초라 할 수 있는 SES를 좋아한다.

90년대 후반 젝스키스 팬인 딸 덕분에 자연스럽게 가요프로그램을 보게 된 영향도 있지만, 달리기라는 노래를 들은 후부터 그녀들의 팬이 된 듯 싶다.

‘지겹고 힘들고, 숨이 턱까지 차도, 끝난 뒤에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달려나가자’는 의미의 노랫말과 희망찬 리듬이 좋았다. 힘들고 지칠 때면 그녀들의 노래를 들으며 위안을 삼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됐다.

지난 17일 대전0시축제가 종료됐다. 대전문화재단은 사전행사를 포함해 16일간 축제를 진행했고, 준비기간까지 포함하면 한달 가량을 전사적으로 매달렸다.

특히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12시간 운영된 패밀리테마파크에는 직원들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우리 직원들은 오전 7시 아침회의를 시작으로 밤 11시 마감회의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외부조형물 관리는 물론 내부 전시장 프로그램 체크까지 모든 부분이 우리 직원들의 손이 거쳐야 했기에 하루도 쉬지 못하고 0시축제에 올인했다. 여름휴가도 반납하고, 35도를 넘나드는 여름날의 햇살 아래를 뛰어다니는 직원들에게 달리기 노랫말을 수도 없이 말해준 것 같다. 다행히 직원들의 노력 덕분에 40만명이 다녀가는 성과를 얻었고, 우리지역만의 특색있는 축제를 완성할 수 있었다. 패밀리테마파크 운영을 통해 대전문화재단의 기획력을 인정받았고, 지역예술인들과 함께하는 축제, 시민들이 만족하는 축제를 운영 할 수 있었다. 한 직원은 입사 후 가장 힘든 행사였다고 말했고, 실제로 재단 창립이래 가장 큰 규모의 축제를 진행한 것이었다.

축제가 끝난 후 ‘대전0시축제의 주역’, ‘대전0시축제 흥행의 지원군’, ‘대전0시축제의 일등 공신’이라는 격려의 기사가 있는 반면, 불확실하고 근거 없는 내용의 언론보도와 SNS로 인해 직원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

필자는 취임하며 직원들의 우산이 되어 줄 것을 다짐했고, 대전 0시 축제를 준비하면서 모든 책임을 질 각오가 돼 있으니 직원들은 최선을 다해 역량을 발휘해주길 당부했다. 직원들 모두의 노고에 고마움과 미안함이 있기에 하루빨리 휴식이라는 보상을 주고 싶지만, 공연과 전시, 축제 등 많은 행사와 계속해서 추진해야 할 사업들이 즐비하기에 잠깐의 여유를 부릴 시간도 없는 듯하다.

이런 문화재단 직원들과 대전0시축제를 준비하고 진행한 관계자들에게 따뜻한 격려한 말 한마디를 건네보는 것은 어떨까?

직원들의 땀방울이 예산을 대신하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저예산 고효율 행사 진행을 위해서는 대전문화재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언론과 시민들에게 대전 0시 축제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들고자 자신을 희생했던 0시축제의 주역들, 8월의 열기를 꺾은 대전문화재단의 전사들에게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를 부탁해본다.

뜨거운 여름이지만,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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