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종연 충북농협 총괄본부장

소설 ‘서편제’를 비롯한 많은 작품을 통해 한민족 고유의 정서를 감동적인 서사로 풀어낸 고(故) 이청준 작가의 많은 소설 가운데에도 필자가 특히 좋아하는 것이 ‘눈길’이다.

‘눈길’은 자식에 대한 어머니의 무한 사랑을 그린 소설로 필자가 이 소설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도시에서 홀로 공부하는 자식이 집안이 망해 집이 없어진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아 아직도 그 집에 사는 것처럼 꾸미고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는 장면이다. 노심초사 어린 자식이 굶지는 않을까 정성들여 ‘따뜻한 밥 한 끼’를 준비했을 노모를 생각하면 이내 마음이 숙연해진다.

이 소설에서도 잘 나타났지만 우리 사회 ‘따뜻한 밥 한 끼’는 가족과 타인에 대한 깊은 사랑과 정을 상징한다. 다른 민족과 달리 우리 민족에게 ‘쌀’은 오랜 기간 주식(主食)이었으니, 누구에게나 ‘쌀’은 가장 소중한 재산이었고 국가의 중요한 기간산업이자 생명산업이었다.

그러나 최근 오랫동안 우리 민족을 지탱해 온 쌀 산업이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다. 무엇보다 비만의 원인이라는 잘못된 오해 속에 해마다 쌀 소비가 감소하고 있다. 얼마 전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쌀 소비량은 그 전년보다 0.3㎏이 감소한 56.4㎏로, 이 같은 수치는 30년 전에 비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그러나 실제 우리가 먹는 쌀은 식이섬유와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 여러 영양소를 함께 포함한 복합 탄수화물로 여느 탄수화물 식품과 달리 다이어트에 유리하다고 한다.

쌀밥을 멀리하고, 아침을 굶는 잘못된 식습관은 개인의 건강을 해치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의 쌀 산업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 크다고 하겠다. 쌀 소비감소로 인한 수급 불안으로 쌀 재고가 늘고 산지의 쌀값이 계속 하락하면 결과적으로 농업인들의 소득이 줄고, 나아가 식량 안보에 커다란 위협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쌀 소비를 적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식량안보를 확고히 하는 것이다.

그동안 충북농협은 ‘천원의 아침밥’, ‘이천원의 저녁밥’은 물론 불우이웃을 위한 쌀 나눔행사, 쌀 가공식품 개발 등 쌀 소비촉진을 위한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아침밥 먹기 등 쌀 소비확대를 통해 개인의 건강증진은 물론 생명산업인 쌀 산업의 경쟁력이 다시금 회복되기를 바란다. 사랑과 정성이 듬뿍 담긴 쌀 밥 한 그릇, 도민들의 적극적인 소비동참을 간곡히 요청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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