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렬 청주대·한국음식인문학연구원장

"어쩌다 먹으면 정말 맛있는 건 짜장면과 삼겹살이다."

미식가를 자처하는 지인이 늘 하는 말이다. 두 음식이 그만큼 맛이 있다는 얘기인데, 특히 짜장면의 중독성 있는 맛은 외국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렇게 맛있는 짜장면이지만 건강에 대한 염려와 느끼한 식감은 부담으로 작용해 짜장면 중독의 유혹을 막아주는 인내력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지인 역시 ‘어쩌다 먹으면’이라는 말로 이러한 속내를 담았을 터다.

누구에게나 짜장면에 얽힌 추억 하나쯤 담고 있겠지만 어쨌거나 ‘유혹적인 맛’과 ‘편치 않음’이라는 상반된 두 이미지는 나에게도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대학 졸업과 동시에 입사했던 회사는 야근이 일상이었다. 당시 우리 사회 전체가 그렇기도 했지만, 유독 야근이 많은 회사로 업계에 소문이 자자했다. 야근 때마다 저녁 식사는 값싸고 배달이 되면서 맛도 있는 음식을 골라야 했다. 이런 이유에서 한 달이면 스무 번 넘게 짜장면을 먹어야 했다. 보통은 짜장면을 피하는 이유가 건강과 식감이겠지만, 내 경우는 사회 초년생이 선택의 여지없이 먹어야만 했던 이 배달 짜장면에 질린 것이 가장 큰 이유이다. 그래도 일 년에 한두 번 먹는 짜장면은 여전히 매혹적이다.

책 읽기를 좋아했던 덕분에 자연스레 글짓기도 조금 할 수 있었던 나는 종종 학교의 대표로 선발되어 지역이나 전국 단위 백일장 대회에 참가하곤 했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으로 학교 대표로 뽑혀 군 단위 백일장 대회에 나갔다가 용케도 제법 큰 상을 받았다. 기분이 좋아진 인솔 선생님은 우리를 읍내에서 한곳뿐이던 중국집에 데려가 짜장면을 시켜 주셨다.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는 이 음식을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 주춤대는데 서울에서 전학온 5학년 형이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나무젓가락을 쪼개 들고 면을 섞기 시작했다. "야! 철이는 짜장면을 먹어 봤구나" 촌놈들 당황하는 모습을 기대했을 선생님은 웃으며 그제야 짜장면 먹는 법을 알려 주었다. 이 최초의 짜장면 시식 경험은 한동안 나의 자랑거리였고, 지금도 인생 최고의 짜장면으로 가슴에 남아 있다.

요즘에도 한국인 8명 중 한 명은 매일 짜장면을 먹는다고 하니 중국 음식 자쟝멘은 짜장면이라는 이름으로 K푸드가 된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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