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선 충남경찰청 교통조사계장
지난 1일 밤 9시 28분경 서울시청역 12번 출구 앞 교차로에서 한 차량이 일방통행로 4차로 도로를 약 200m가량 역주행한 후 인도로 돌진하여 길을 걷던 시민들을 덮쳤다. 이 사고로 9명이 사망하고 4명이 중상을 입었다.
운전자는 "우회전을 하며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차량이 말을 듣지 않았다"며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을 주장했다. 경찰은 자동차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 사고인지 밝히기 위해 차량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정 의뢰하고, 방범용 CCTV 및 차량 블랙박스 영상 분석, 목격자 진술 등 다양한 각도로 조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급발진 사고에서 운전자가 착각해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은 블랙박스 영상이 공개돼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 11월 12일 오후 12시 52분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주택가에서 60대 남성이 운전하는 전기 택시가 담벼락을 들이받았다. 당시 운전자는 우회전 중 급발진으로 브레이크를 수차례 밟았지만 작동하지 않았다며 급발진을 주장했다. 경찰은 페달 블랙박스 영상 6개를 수거해 분석했고 남성이 담벼락을 충돌하기 전까지 7.9초 동안 119m를 달리면서 브레이크가 아닌 가속페달만 밟은 것을 확인했다.
최근 들어 충남에서도 급발진 사고를 주장하는 운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고는 주정차 후 출발할 때, 일방통행 길이나 좁은 길 또는 초행길, 경미한 접촉사고 후 정지하는 과정에서 발생됐다. 경찰은 사고기록장치를 통해 사고 5초 전 차량 속도, 가속페달 밟았는지, 브레이크 밟았는지, 얼마만큼 밟았는지를 확인하고 필요한 경우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에 차량 감정을 의뢰한다. 이 과정에서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 사고로 처리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다. 법원에서 사고기록장치를 신뢰하고 운전자의 잘못이 없다고 입증되지 않는 한 인적 오류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급발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주의가 요구된다. 첫째, 평소 엔진이나 제동장치 등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부품에 먼지나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한다. 둘째, 안전운전 환경 조성을 위해 운전에 알맞은 신발을 신어야 하고, 페달 부근에 물건이 떨어지지 않도록 한다. 셋째, 급가속할 때 순간 페달에서 발을 뗀 후 브레이크가 어디 있는지 살핀 후 정확하고 강하게 밟는다. 넷째, 브레이크가 작동되지 않는 경우 주차된 차량을 받거나 연석을 들이받아 속도를 줄인다. 마지막으로 페달 블랙박스를 장착해 사고 당시 운전자의 잘못이 아니라는 점을 밝히고, 페달 오작동 방지 장치가 장착된 차량을 구입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