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림동 수해현장 가보니
상가 물에 잠기고 장비·집기류 등 침수도
관할 서구청 시설 보수에도 피해 ‘되풀이’
“대출받아 가게 재정비했는데” 생계 불안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몇 달 동안 배수시설 공사하길래 올해는 다를까 싶어 인테리어도 새로 했어요. 비가 이전보다 많이 온 것 같지 않은데 똑같이 들이닥쳤어요”
10일 오전 대전 서구 정림동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40대 약사 김모 씨는 약국 안으로 넘어온 빗물을 빼내며, 울분을 토했다.
이곳 정림동은 지대가 낮아 비가 많이 내리는 장마철엔 침수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지역으로 꼽힌다.
관할 서구청은 상습 수해를 방지하기 위해 3년 전부터 대대적인 배수시설 정비에 나섰지만 도로와 상점들이 물에 잠기는 일이 또다시 발생한 것이다.
이날 정림동 지역은 약 119.0mm의 강수량을 기록했다.
연신 바닥에 널브러진 잔해들을 치우던 김 씨는 “조금만 늦었으면 약 제조실과 고가의 기계마저 손상될 뻔했다. 배수로 공사를 했는데도 이렇게 침수 사고가 반복이 될 거면 차라리 차수막을 일일이 제공해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지하에 자리한 상점의 경우, 피해 대응에 더욱 취약한 모습이었다.
정림동 한 상가 지하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50대 정 씨는 새벽 4시경 인근 주민으로부터 “비가 많이 와 도로가 잠겼으니 가게를 확인해 보라”라는 전화를 받고 급히 가게로 달려왔지만 이미 물에 잠긴 후였다.
허벅지까지 들이닥친 노래방 안 빗물을 빼내기 위해 새벽부터 양동이로 물을 퍼 나르고 펌프를 돌렸다는 정 씨는 2020년 정림동 침수 사고 때는 천장까지 물에 잠겼었다며 허탈한 심정을 내비쳤다.
정 씨는 “4년 전에 가게가 완전히 잠겨 장비고 뭐고 다 갖다 버리고 3000만원 대출 받아 재정비를 했다”며 “이걸로 먹고 사니 생업을 포기할 수도 없는데 비가 조금만 세게 와도 침수되니 불안하고 막막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2020년 7월 집중 호우로 인해 물난리를 겪은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는 4년 전과 같은 대규모 침수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지하시설 등은 어김없이 물에 잠기고 말았다.
새벽부터 울린 아파트 방송 소리에 잠에서 깨 차를 이동시켰다는 60대 주민 이모 씨는 지난 번처럼 침수 사고가 반복될까 두려움에 황급히 나왔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 씨는 “아침에 나와보니 물이 허벅지까지 차 있었다”며 “지난번 침수 사고 이후 양수기랑 모래주머니를 갖다 놓기는 했지만 이것도 임시방편이라 불안하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갑천변 인근에 있는 대전호수초등학교와 주변 아파트에서도 집중호우로 인해 하천이 인도까지 흘러넘쳐 출근길 난항을 겪는 상황도 목격됐다.
호수초 앞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50대 정 씨는 “2021년에 가게 운영을 시작하고 나서 이런 일은 처음이라 당황스럽다”며 “세탁물이 천장에 걸려있어 큰 피해는 없었지만 앞으로 대책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