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시각으로 탐구하는 환경교육 여정 <9>
고 동 우 청주 강서초등학교 교사/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 환경교육학과 과정 중

6월, 해의 길이가 점점 길어질수록 나무의 녹음은 짙어지고 계절의 흐름이 남기는 잔상 속에서 삶과 세상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학교의 삶 역시 계절의 변화와 무관하지 않으며, 공간과 시간 속에서 자연을 관찰하고 느끼는 과정 그 자체가 교육이 되어 우리 모두를 성장시켜나간다. 점점 더 짙어져 가는 나무의 푸르름을 단순히 바라보면 시간이 주는 배경의 변화라 할 수 있지만, 좀 더 나무의 입장이 되어보는 노력을 해본다면, 그 변화가 나무의 1년 농사 중 가장 중요한 순간에 내린 치밀한 궁리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있듯이, 나무는 잎의 광합성을 통해 당분을 생산한다. 여름은 해의 길이가 가장 길기에 광합성을 하기에는 최적의 시기이며, 이를 잘 알고 있는 나무는 최대한 많은 영양분을 얻기 위해 녹음이 우거지게 잎을 틔우게 된다. 이 부분이 나무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지점이 된다. 왜냐하면 섣불리 의사결정을 할 수 없는 것이, 지난 여름에 만들어두었던 양분 저장소가 1년이 지나면 거의 다 소진되고 텅텅 비어 두 번 싹을 틔울 여력이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칫 잘못하여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게 되면 나무의 생존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만약 나무가 잎을 늦게 틔워 여름에 충분히 광합성을 하지 못하면, 나무의 뿌리에 공생하고 있는 박테리아와 균류, 곰팡이와 거래를 할 자원이 부족해질 뿐만 아니라, 열매를 맺는 나무의 경우에는 당분이 떨어져 번식에 불리할 수밖에 없으며 더 나아가 1년 후에 새로운 잎을 싹 틔울 양분이 부족해져 생존을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된다.

그렇다면, 조금 일찍 잎을 틔우는 것은 어떨까? 이 역시 나무의 입장에서는 복권과 같은 것이, 봄 날씨의 변덕을 모르고 너무 일찍 잎을 틔우게 되면, 갑자기 추워졌을 때 초록의 잎들이 갈색 잎으로 변하게 되기에 광합성을 할 수 없어 나무의 입장에서는 모든 것을 잃는 상황이 돼버린다.

그렇기에 나무의 입장을 돌이켜본다면 녹음이 우거진 나무가 되기까지의 과정은 녹록지 않았으며, 나무에게 있어 1년의 여러 선택 중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될 만큼, 많은 고민 속에서 내려진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

학교에 있다 보면, 점심시간 후 나무 그늘 밑에서 달콤한 휴식을 즐기고 있는 아이들을 종종 볼 수가 있다. 녹음이 우거진 나무 밑에서 친구와 함께 알콩달콩한 모습을 보여주는 아이들은 존재 그 자체로 다른 사람들에게 웃음과 행복감을 안겨준다. 그런 아이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면서, 그들에게 그늘을 드리워주고 있는 나무 역시 존재 그 자체로서 감사한 마음을 느낄 수가 있다.

환경을 학습한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주변의 모든 것들에 대해 감사한 마음을 배워나가는 과정이지 않을까.



[오늘의 지식 한 스푼]

나무의 잎에 있는 엽록소는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뿌리로부터 흡수한 물을 이용하여 광합성작용을 하게 되며, 광합성의 결과 산소와 탄수화물(6탄당)을 합성하게 된다. 나무가 만든 탄수화물 중 일부는 나무 뿌리에 살고 있는 균근류와 박테리아, 균류 등에게 제공하고, 역으로 균근류와 박테리아, 균류 등은 토양에 있는 영양분을 나무에게 제공함으로써 서로의 생장에 도움을 주게 되고, 이를 공생관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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