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 해결 실마리 기대했는데… 참담할 뿐”
이탈 전공의 탈출구 열어준 정부에 실망감
분노·피로감 호소속 휴진 결정 철회 촉구도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정말 길거리에 나가서 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에요. 의료인이라는 사람들이 아픈 사람 생명 볼모로 잡고 뭐 하는 행동인지 모르겠어요”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오는 18일 전면 집단 휴진을 예고한 가운데 지역 환자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의정갈등에 분노와 피로감을 함께 호소하고 있다.
앞서 서울대병원·의대 교수들도 17일 무기한 휴진을 예고해 환자들은 이런 분위기가 지역 병원으로까지 퍼져 상황이 더욱 악화하진 않을지 불안에 떠는 모습이다.
10일 대전 서구 한 대학 병원에서 만난 장기 이식 환자 60대 김모 씨는 “과거 이식 수술로 인해 정기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데 혹여나 파업으로 인해 진료 차질이 생길까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매일 뉴스에 ‘의료 파업’, ‘의료 대란’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젠 피로감을 느끼는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투석 치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한 조모(62) 씨도 “사람 생명을 인질로 진료 하겠다, 안하겠다 하는 모습은 누가 봐도 좋지 못한 모습”이라며 “매번 병원에 오는 환자 입장에선 의사들 앞에서 시위하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나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한 환자는 정부가 의료 정책을 추진할 당시 집단행동을 벌이는 의사 단체에 대해 강경한 태도를 보여 응원했지만 현재는 탈출구 등을 제공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표하기도 했다.
담낭질환으로 치료 중인 이태형(37) 씨는 “의사 면허를 정지하거나 취소한다고 하는 등 기득권층을 타파하는 모습에 정부 정책을 지지했다”며 “하지만 실제 면허 취소 등 사례를 보기 힘들고 이도 저도 아닌 태도를 취하는 것 같아 신뢰도가 떨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등이 모인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집단휴진 계획 발표에 반발하는 성명을 내고 “넉 달간의 의료공백 기간을 버티며 적응했던 환자들에게 휴진 결의는 절망적 소식”이라며 “전공의에 대한 행정명령 철회로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으로 기대했던 환자와 가족들은 이번 휴진 결의 발표로 참담함을 느낀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서울의대 비대위와 의협은 휴진 결정을 당장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의협이 총파업과 함께 총궐기대회를 예고한 현 상황에서 지역 병원과 개원의들의 참여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임정혁 대전시의사회 회장은 “소속 회원들의 찬반 의견을 존중해 참여 의사를 따로 조사하지는 않았다”며 “하지만 총파업에 찬성하는 회원들도 많은 만큼 시 의사회는 의협 뜻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