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0 총선 다가오며 여·야 후보 적합도 조사 본격화
여론조사 기관수 2017년 27곳→올해 88곳으로 급증
20명 이하 메시지 발송횟수 제한 없어 문자 발송 많아
ARS홍보 전화 금지됐지만 투표 독려·명절 인사 가능
꼼수로 전화…인터넷선 여론조사 막는 방법 공유돼
[충청투데이 이심건 기자] #1.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전화벨소리에 시달리고 있다. 병가를 내고 집에서 쉬고 있는 상황에서도 기계음으로 시작하는 무차별적인 총선 홍보 전화로, 피로감을 호소했다.
#2. 직장인 B씨는 최근들어 매일 10여 통의 전화를 받고 있다. 이 중 대다수는 여론조사 관련 전화였다. B씨는 일부 번호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했음에도 전화는 계속되고 있다. 특히 서울 지역번호인 ‘02’로 시작하는 번호로부터의 많은 전화를 받았다. B씨는 “대전에 살고 있는 타 지역 예비후보의 조사 전화를 받고 있어 여론조사의 신빙성 자체가 의심된다”고 전했다.
4·10 총선을 앞두고 유권자들이 선거와 관련된 문자메시지와 전화 여론조사로 인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일반 여론조사와 함께 여야 후보의 적합도 조사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여론조사심의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여론조사 기관의 수는 2017년 5월 여론 조사기관 등록제 도입 당시 전국적으로 27곳에서 올해 현재 88곳으로 급증했다.
이에 따라 전화를 통한 여론조사의 빈도도 대폭 증가했다.
특히 2022년에 열린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간 중, 선거운동 시작일인 5월 19일부터 여론 조사 결과 공표가 금지되기 하루 전인 5월 25일까지의 7일 간에만, 총 1624만 5204통의 여론 조사 전화가 이루어졌다.
이는 2018년 제7회 지방선거 동안 같은 기간에 기록된 1426만 2573통에 비해 198만 2631통(13.9%) 증가한 수치다.
대규모 선거가 임박할 때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문자의 경우 대표적이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수신자 20명을 초과하는 단체 메시지는 선거마다 유권자 한 명당 8번까지 보낼 수 있으나, 20명 이하를 수신 대상으로 하는 메시지는 발송 횟수에 제한이 없어 이를 노리는 문자 발송 대행업체의 활동이 활발하다.
또 ARS 홍보의 경우 선거법상 금지돼 있지만, 여러 '꼼수'를 통해 우회하는 사례가 많다.
예를 들어 명절 인사나 투표 독려 목적의 ARS 전화는 가능하다.
여론조사를 활용한 인지도 제고 역시 선거 전략의 일환으로, 상대적으로 유권자의 거부감이 덜한 여론조사를 빙자해 후보자 이름을 노출하는 경우가 잦다.
이러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에선 유권자 스스로 선거 공해를 줄이는 방법을 공유하기도 한다.
여론조사 업체에 가상번호 제공 거부, 선거 홍보 문자에 포함되는 특정 문구를 스팸 문구에 등록, 스팸 전화 차단 애플리케이션 활용 등의 방법이다.
대전 유성구에 사는 정 모 씨(31)는 “수 없이 오는 문자 때문에 업무 메시지 확인을 못하고 전화가 왔을 때 지역 번호가 붙어 있으면 바로 끊는다”며 “출마 후보자들의 마음은 알겠지만 어느 정도 규제를 통해 횟수를 제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심건 기자 beotkkot@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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