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시스템 구축 비용·유지관리비 지자체에 떠넘겨
특정업체 위탁 특혜논란… 의견수렴 제도적 개선 필요
[충청투데이 김동진 기자] 정부가 고향사랑기부제 운영 과정에서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비용은 물론 매년 소요되는 유지관리비까지 일선 자치단체에 부담시켜 온 것으로 드러났다.
또 정보시스템 운영 과정에서 일선 지자체들의 의견수렴 등 사전협의없이 특정업체에 위탁, 특혜 논란도 일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개인의 자발적 기부를 통한 주민복지사업 활성화, 답례품으로 지역특산품 등을 활용한 지역경제 기여 등을 명목으로 올 1월부터 고향사랑기부제를 도입·운영하고 있다.
행안부는 이 과정에서 지자체들의 의견수렴없이 통합정보시스템인 ‘고향사랑e음’ 구축을 독단적으로 결정한 뒤 소요비용 70억원을 일선 지자체들이 분담토록 해 지자체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더욱이 매년 통합정보시스템 유지관리를 위해 필요한 비용도 연간 기부금 모금 총액을 반영, 일선 지자체들이 차등 분담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들은 올해 운영비용 약 20억원에 대해 평균 800만원씩 분담했다.
행안부는 내년 통합정보시스템 유지관리를 위한 비용도 36억원 정도를 예상, 평균 1500만원씩의 비용 분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최근 일선 지자체에 보냈다.
충북지역의 경우 충북도와 일선 11개 시·군이 내년에 분담해야 할 통합정보시스템 유지관리비는 1100만원에서 1800만원까지 차등 적용된다.
고향사랑기부제 시행에 따른 생색은 정부가 내고 재정적 부담은 일선 지자체들에 떠넘기는 셈이다.
고향사랑기부제 운영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고향사랑기부제 관련 법규를 살펴보면 법리적 충돌 우려가 있는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현행 고향사랑기부금법은 ‘지자체장이 지정한 금융기관에 납부하게 하거나, 정보시스템을 통한 전자결재·신용카드·전자자금이체 또는 지자체 청사, 그밖의 공개된 장소에서 접수하도록 한다’고 규정, 사실상 지자체의 자율권을 보장한 고유사무로 분류하고 있다.
문제는 정보시스템 운영 관련 조항이다.
고항사랑기부금법상 정보시스템 운영은 ‘관련 정보 제공을 위해 필요한 경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관계 전문기관에 위탁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임에도 ‘정보시스템의 구축·운영 업무를 한국지역정보개발원에 위탁한다’고 특정기관을 지정, 임의규정을 사실상 강제화했다.
통상 위탁업체 선정은 제도 시행 이후 공모나 경쟁입찰을 통해 이뤄짐에도, 제도 시행 이전부터 특정업체를 지정한 것은 특혜 의혹을 자초한 대목이다. 관련법상 일선 지자체들이 자율적 권한을 통해 지역 실정에 맞춰 민간플랫폼 등 다양한 모금 방식을 활용토록 해야 함에도 정부가 특정기관을 통해서만 모금할 수 있도록 강제, 지자체의 권한을 침해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지자체들이 인재양성기금이나 지역발전기금, 문화예술지원금 등 각종 모금활동을 관련법에 따라 자율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비판은 설득력을 지닌다.
이에 따라 정보시스템 운영을 위한 지자체들의 재정적 부담 경감과, 지자체들과 협의를 통한 운영방식 도입 등 제도적 개선이 요구된다.
김동진 선임기자 ccj170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