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은행 대출 창구 앞. 사진=연합뉴스.
한 은행 대출 창구 앞.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서유빈 기자] 최근 몇 년 새 코로나19, 3고(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전사회적인 경제 불안으로 비교적 자본 기반이 약한 2030 세대는 빠르게 자금난에 내몰렸다. 열심히 일을 해서 돈을 벌어도 고공상승하는 물가에 비해 월급은 제자리걸음을 걸어 오히려 실질임금이 감소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제 사회에 발을 내디딘 젊은 세대들은 ‘3포(연애, 결혼, 출산 세 가지를 포기한 세대)’를 넘어 이른바 ‘먹고사니즘(먹고 살다+ism)’을 부르짖으며 하루하루 노력한다. 하지만 당장 필요한 급전을 감당하려면 빚을 낼 수밖에 없는 현실. 충청투데이는 단순 ‘영끌, 빚투’라는 사회 현상을 넘어서 다양한 이유로 대출을 받아본 경험이 있는 지역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편집자주>


◆ 27세, 대전 유성구, 비영리 기관 종사 "계약직인데 카드 값·대출금 갚을게 많아… 벅찬 현실"
학자금·전세자금대출받아
도시락 싸서 출근하며 돈 아껴

지난해 자취를 시작하면서 카카오뱅크 전세자금대출 1800만원을 받았다. 이밖에 학자금 대출도 900만원가량 있다. 대출 원금은 상환하지 않고 다달이 이자만 내고 있는 상태다. 기준금리 인상 이후 비싸진 이자가 부담된다. 학자금 대출의 경우 대학을 졸업한 지 3년이 지나고 있음에도 아직 갚고 있지 못하는 현실에 부담감이 있다. 특히 코로나 이후 고물가, 고금리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현재 계약직을 전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돈을 더 벌 수 있는 일을 찾아 ‘투잡’을 하고 싶으나 직장이 있다 보니 현실적으로 힘들다. 카드 값, 대출금 등 갚을 게 많아 약속도 잘 잡지 않고 도시락을 싸서 회사에 출근하는 등 최대한 아낄 수 있는 부분은 아끼려 해 봐도 취미 생활이나 필요한 것을 구매할 수 있는 여유 자금이 부족하다. 여행은 엄두를 못 낸다. 월급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면 한 달을 여유 있게 살 수 있을 것 같은데…. 평범하게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게 벅찬 현실이 슬프다고 생각한 적이 많다.


◆ 30세, 청주 서원구, 간호조무사 “내집 마련 기회 고맙지만 둘이 벌어 빚 상환 걱정”

아파트 청약 당첨돼 대출받아
고액 상환 부담… 적금 모두 해지

아파트 청약 당첨으로 주택담보대출 3억 8000만원 정도를 받아 상환하고 있다. 현재는 1/3 정도 상환한 상태이며 아직 다음 상환일이 다가오지 않아 돈을 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아무래도 1회당 7000만원 정도에 가까운 고액 상환이다 보니 상당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다. 이후 상환일이 왔을 때 1회 상환금을 한 번에 갚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게다가 높은 이자율로 인해 처음에는 대출금 갚기와 별도로 적금 등을 통해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 현재는 모두 해약해 대출금 갚는 데 사용했다. 아파트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와중에 내집 마련의 기회가 찾아온 것은 고맙고 좋은 일이지만, 청약이 되자마자 제일 먼저 아파트 값을 어찌 갚아야 하나 걱정할 정도로 큰 부담이 된다. 다행히 남편의 소득이 더 많은 편이라 원하는 만큼의 대출은 가능했다. 하지만 둘이서 버는 것은 한계가 있고 기타 생활에 필요한 비용이 올라서 생계 걱정 역시 커졌다.


◆ 27세, 대전 대덕구, 대학원생 “학생 신분에 목돈 나갈 일 많을 때 부담 느껴”
학자금 대출금 상환 중
천정부지로 오르는 물가 체감

대학 재학 중 한국장학재단 학자금 대출과 생활비 대출을 받아본 경험이 있다. 학자금 대출의 경우 등록금 대출금을 상환하고 있는 상태다. 아직 학생 신분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여유가 많지 않아 선후배의 경조사, 예기치 못한 지출 등 한 번에 목돈이 나가는 일이 있는 달이면 대출 상환금이 많지 않아도 부담이 된다. 특히 밖에서 두 끼 이상 끼니를 해결하는 입장에서 물가가 오른 게 너무 크게 체감이 된다. 대학원생이라 월급이 고정돼 있는데 물가가 천정부지로 오르니 생활 수준의 하락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낮은 대학원 월급으로는 등록금과 생활비를 충당하기 어려워 남은 학기의 석사 등록금을 대출받을 생각이 있다. 향후 대출 예상 금액은 2000만원 정도다.


◆ 34세, 대전 서구, 회사원 “연체 막으려 카드 돌려막기… 부업으로 생계 보태”
차량 구입 목적 대출받아
금리 변동에 이자율 상승

갑작스러운 사고로 먹고사는데 필수적인 차량 구입 목적의 대출 1800만원을 토스에서 받았다. 5년 간 총 60회 상환 중 지금까지 10회 상환을 마쳤다. 차량 구입 당시 중고 차량 가격과 금리 모두가 높은 상황이었다. 더구나 금리 변동에 따른 이자율이 조금씩 상승하고 있다. 간혹 월급 지급일이 늦춰지는 등 가진 현금으로 대출 상환을 하지 못하게 되면 연체를 하지 않기 위해 다른 금융에서 돌려 막기도 한다. 일단 당장 급한 불부터 끄자는 마음이다. 현재 직장에서 근무한 지 2년 차인데 월급 인상은 전혀 없었다. 지난해 말부터 본래 하던 부업을 다시 시작해서 생계에 보탬을 하는 중이다. 당장 추가 대출 계획은 없고 필요에 따라 전세자금 대출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26세, 대전 서구, 회사원 “여러 금융권 대출 받고 신용점수 100점 넘게 떨어져”
상환 후에도 복구 안돼
신용카드 발급 안 해주기도

버팀목 전세자금 대출 920만원, 카카오뱅크 비상금대출 200만원, 대구은행 신용대출 200만원, 롯데캐피탈 대출 300만원 등을 받았다. 현재 살고 있는 자취방 보증금 때문에 전세자금 대출을 받았고, 신용대출들은 오래된 노트북 등을 교체하기 위해 자금이 필요해서 대출받았다. 월급이 많지 않아서 당장 현금으로 사기엔 무리가 있기 때문에 대출을 받았다. 전세자금대출과 롯데캐피탈은 상환 완료, 타 대출은 상환 중이다. 여신전문금융업 대출의 경우 이자가 높아서 신용도 하락과 추후 거래할 때 불이익이 있을까 봐 불안감이 있었다. 실제 대출 실행 이후 신용점수가 100점 넘게 떨어졌다. 상환했는데도 복구가 안 된다. 또 제1금융권 밖 대출이 있으면 신용카드 발급을 안 해주는 시중은행도 있다. 대학생 인턴 시절 이후로는 본가의 도움을 안 받고 있어서 돈을 아끼고 있다. 향후 추가적으로 대출을 받을 생각 당분간은 없지만 보증금이나 추가 자금이 필요하다면 받을 것 같다.


◆27세, 서울 성동구, 회사원 “꿈 찾아 고향 떠났는데… 대출 없이는 살 집 못 구해”
대출 이자율 많이 보게 돼
정부 지원 대출 관심 있어

고향인 대전을 떠나 서울로 터를 옮기면서 전세자금으로 버팀목자금대출 4000만원을 받았다. 현재 이자만 내고 있고 집을 뺄 경우 원금을 상환할 예정이다. 만약 이사를 가게 되거나 더 좋은 조건의 집이 생기는 경우 제때 대출 원금 상환이 가능할지, 혹 상환이 제때 되지 않아 더 대출을 받고 싶어도 이자 상승률이나 이중대출 등의 이유 때문에 대출을 못 받을까 걱정이 된다. 나라에서 지원해 주는 대출은 이자율이 낮아서 이자 정도는 충분히 낼 수 있지만, 월세를 내면서 대출 상환은 엄두가 나지 않는다. 현재는 반전세에 살고 있어서 좋은 조건의 매물이 나오면 버팀목 대출은 이전에 실행했으니 중소기업지원 대출을 받아 이사 갈 예정이다. 대출 없이는 살 집을 못 구한다. 대출 시 받을 수 있는 금액도 중요하지만 이자율을 더 많이 보게 된다. 은행 대출 이자의 경우 너무 높아서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나마 정부 지원 대출은 청년 대상으로 해주는 상품이 있어서 열심히 정보를 찾고 있다.


서유빈 기자 syb@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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