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동안 B군에게 폭행 당한 A군
학폭위서 똑같이 ‘가해자’ 분류되자
B군 부모 “왜 사과해야하냐” 따져
A군 부모, 가해학생 B군 형사고소
지역 교육계선 자성의 목소리 나와
“기계적 중립 바탕으로 본질 흐려…
심의위원 대대적 인적 개혁 필요”

그래픽 김윤주.
그래픽 김윤주.

[충청투데이 최윤서 기자] <속보>=대전동부교육지원청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학생 보호’는 물론 ‘교육적 선도’ 기능마저 훼손하며 중재는커녕 오히려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26, 27, 28일자 1면 보도>

심의과정에서 2차피해를 입고 가해자가 된 신고학생과 그의 부모는 교육청을 더 이상 신뢰하지 못하겠다며 가해 부모를 상대로 법적 절차에 들어갔다.

지난 14일 학폭 신고학생 A(14) 군의 부모는 대전동부경찰서에 가해학생 B군을 형사 고소했다.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A 군을 폭행하고 금품을 절도 및 파손했다는 이유다.

황 씨는 고소까지 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학폭위’라며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도리어 불씨를 제공해 부모들 간 법적 다툼으로 내몰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엔 상대 학생 부모가 가해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거듭 사과의 뜻을 전했었다. 그래서 억울한 조치 결과를 받았지만 두 아이들이 받을 상처를 생각해 좋게 마무리 하려고 했다. 그런데 학폭위에서 최종적으로 이번 사건엔 피해자는 없고, 우리 아이도 가해자로 분류하자 상대 부모의 태도가 180% 돌변했다”고 회상했다.

B군의 부모가 학폭위에서도 A군의 원인제공을 인정했는데 왜 사과를 해야하냐며 오히려 따져 물었다는 것.

황 씨는 “한 순간에 말이 바뀌는 상대 부모의 모습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며 고소 계기를 밝혔다.

이어 “아이가 학폭위 심의과정에서 트라우마가 생겼는지 경찰조사 과정에서도 잔뜩 긴장하고 얼어붙은 걸 보고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그래도 다행인건 학폭위와 다르게 경찰 분들은 사건의 인과관계와 전후 상황을 아이에게 자세히 물어봐줬다”고 전했다.

사태가 커지자 해당 학폭위와 대전동부교육지원청에 △학생보호 △교육적 선도 △중재 세 가지 기본 원칙을 모두를 저버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심의과정에서 2차 가해 및 가스라이팅으로 피해자 보호 의무를 다하지 못했고, 가해학생에게 반성의 기회를 주기보다 오히려 면죄부를 줘 부모들의 법적 다툼 등 분란을 조장했다는 것.

사건이 불거지자 지역 교육계에선 날선 비판과 함께 자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학교폭력사건을 다루기 위해선 일단 아이의 성향을 굉장히 오랜 시간 면밀하게 살피고, 사건을 다각도에서 깊이 있게 들여다 봐야 한다”며 “명백한 학교폭력 행위가 벌어졌어도 교육적 선도를 이유로 기계적 중립을 가장해 보수적으로 판단 내리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진정한 선도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생활기록부에 학폭기록 보존기간이 연장되고 대입에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심의위원 구성도 일정 수준 이상의 법적 사고력을 갖춘 인물들로 대대적인 인적 개혁이 이뤄져야한다”고 조언했다.

최윤서 기자 cys@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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