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투데이 이상복 기자] “하늘이 캄캄해지면서 도토리만한 우박이 쏟아져 6000㎡의 고추, 콩, 감자, 오이 등 농작물이 엉망이 됐고, 나무가 뽑히고 물이 잠기는 등 잠깐 사이에 마을 전체가 아수라장이 됐어요.”
12일 단양군 적성면 기동리에서 고추 등 농사를 짓는 박설화(42) 씨가 우박으로 아수라장이 된 고추 밭을 바라보며 망연자실 했다.
“호두 만한 우박이 갑자기 쏟아져 농작물을 다 망쳐놨어요.”
이날 가곡면 덕촌리에서 농사를 짓는 박모(63) 씨도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한숨 지었다.
충북지역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가고 있다. 올해 도내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서 과수 농가들을 바짝 긴장시키더니 이상기온으로 우박까지 쏟아지면서 농민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12일 충북도에 따르면 지난 10~11일 충북 북부와 남부에 지름 1~2㎝안팎의 우박으로 인해 122.9㏊ 이상의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지역별로는 충주가 100㏊로 피해가 가장 많았고, 영동 10㏊, 음성 6.9㏊, 제천 5㏊, 단양 1㏊ 순이다.
피해 농작물은 사과 59㏊, 복숭아 33㏊, 오이·담배·고추 등 기타 밭작물 30.9㏊ 등이다.
충주 등 우박 피해가 발생한 자치단체는 일제히 피해 조사에 나섰다. 신속한 정밀조사를 통해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지원 등에 나서기 위해서다.
이날 조길형 충주시장은 주덕읍, 신니면, 중앙탑면 일대의 우박 피해 현장을 방문해 피해 상황을 직접 점검하고 피해 농가를 위로했다.
조 시장은 “갑작스러운 우박 피해로 농가가 예상치 않은 어려움에 직면해 안타깝다”며 “행정력을 총동원해 피해 농가에 대한 농작물 피해신고 접수와 정밀조사 및 신속한 지원대책 마련에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제천시도 이날 주말 갑작스럽게 내린 우박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 조사에 나섰다.
11일 오후 3시 30분경 금성·청풍면과 봉양읍과 일부 동 지역에 직경 1㎝ 이상 크기의 우박이 15분가량 쏟아져 오이, 고추, 담배, 옥수수, 사과 등 사실상 모든 농작물의 피해가 속출했다.
시는 오는 21일까지 피해 상황을 접수한 뒤 대책 마련에 나설 방침이다.
단양군에서도 11일 오후 3시경 적성면 기동리 일대에 기습 폭우와 우박이 쏟아져 농작물 피해가 발생했다.
음성군에서는 11일 오후 1시 35분~2시 30분 동안 금왕읍(전역), 음성읍(용산리, 사정리), 삼성면(천평리, 선정리), 생극면(오생리) 일대에서 천둥・번개를 동반한 지름 1~2㎝의 우박이 쏟아졌다.
군은 읍·면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피해접수를 받고 있다. 정밀 조사가 끝나면 피해 농가 수와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병옥 음성군수는 이날 금왕읍 일대 농가를 방문해 우박피해를 비롯 농가들의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농가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조 군수는 “지난 4월 이상 저온으로 많은 과수 농가가 피해를 입었는데 이번에 또 갑작스러운 우박으로 농가가 예상치 못한 어려움에 직면해 안타깝다”며 “냉해와 우박피해 농가에 대해 피해 상황을 살피고 정밀 조사를 통해 신속한 복구계획을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상복 기자 cho2225@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