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재분 청주 용암1동 자원봉사대장
지난 2010년 봉사대 결성
매 순간 봉사 위한 삶 살아
나눔 실천 생각만해도 설레
나이 상관없어… 되레 감사
[충청투데이 김진로 기자] 누군가의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이웃에겐 선뜻 온정의 손길을 내미는 마음씨 따뜻한 이가 있다. 그는 혼자 사는 외로운 노인들에겐 말 벗이 돼 주기도 하고, 부부사이엔 양성평등을 실천하고 있다. 또 살기좋은 아파트를 만들기 위해 두 발로 현장을 누빈 통장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통장을 맡고 있는 아파트는 충북도가 시행하는 ‘살기 좋은 아파트’, ‘쓰레기 줄이기 우수마을’에 선정되는 결실도 맺었다.
‘청주시 봉사의 여왕’이란 애칭이 조금도 어색하지 않은 우재분(76·청주시 상당구 용암1동 현대3차아파트) 청주 용암1동 자원봉사대장 얘기다.
칠순을 훌쩍 넘긴 재분 씨지만 봉사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냐며 온 동네 대소사에 팔을 걷어붙이는 그는 지금 봉사활동과 열애 중이다.
지금도 나눔을 실천하는 봉사활동만 생각하면 가슴이 설렌다고 하니 봉사현장에서 그의 활약상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실제 그가 활동하는 봉사현장은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매년 1월이면 혼자 사는 어르신 150여명에게 가래떡 나눔 봉사활동을, 3~10월 8개월 동안은 잔치국수 봉사활동에 참가한다. 날씨가 더워지는 5~8월이면 어르신들의 건강한 여름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서 정성껏 만든 삼계탕을 직접 배달해 준다. 또 5월과 11월엔 열무김치와 김장김치를 담가 어려운 이웃에 나눔을 실천하고, 10~12월엔 온정을 담은 사랑의 만두를 빚어 홀몸 어르신 50세대에 전달한다.
민속 최대의 명절 추석엔 송편을 빚어 사람의 온기가 그리운 이들에게 온정을 나누기도 한다. 매년 한차례 사랑의 밥차 봉사활동에도 빠지지 않고 참여하고 있다.
열혈 봉사여왕 재분 씨가 봉사활동과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우연한 기회에 쓸쓸하게 노년을 보내는 괴산 청천양로원으로 봉사를 다녀온 것이 계기가 됐다. 이후 1988년 청주로 이사를 온 후 통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인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재분 씨는 지역사회에 봉사하고자 하는 이들의 중지를 모아 2010년 3월 용암1동 자원봉사대를 결성했다. 이후 13년간 지역사회 소외계층과 어려운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파수꾼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결과는 수치가 말해주고 있다. 2023년 현재 청주시자원봉사센터 전산시스템에 등록된 봉사 기록만 2141회, 6829시간이다. 하지만 전산에 기록되지 않은 시간까지 더하면 이 보다 훨씬 더 많은 봉사에 헌신했다는 게 주변 사람들의 전언이다.
그는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봉사활동의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재분 씨는 "6·25 전쟁 때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홀로되신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에서 홀몸 어르신들에게 마음이 더 가는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현대3차 아파트 통장으로 활동할 때의 미담은 지금도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인근 경로당을 찾아 점심을 차려주는 봉사는 기본이다. 사비를 털어 어르신들의 입맛에 맞는 김치도 담그고, 어르신들의 건강을 염려해 20여 km 떨어진 초정약수터에서 생수를 떠올 만큼 지극정성이었다.
통장 수당으로 받은 돈은 어르신들의 간식비용으로 충당했다. 이런 효 실천을 인정받아 1999년엔 충북여성민우회가 주는 ‘효도상’을 받기도 했다.
재분 씨는 "어르신들을 보살피다보면 내가 오히려 젊어지는 기분"이라며 "나이와 상관없이 봉사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게 감사한 일"이라고 웃음 지었다.
김진로 기자 kjr6040@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