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 대학 강의실과 복도가 수업이 없어 불이 꺼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대학 강의실과 복도가 수업이 없어 불이 꺼져 있다. 사진=연합뉴스.

‘○○리 김○○의 장남 ○○군 ○○대학 ○○학과 합격’. 불과 30~40년 전만해도 본격적인 농번기가 시작되기 전 시골마을 곳곳에 나붙던 흔한 현수막 문구다. 어떤 대학이냐를 떠나 시골마을에서 대학 합격생을 배출했다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축하하고 자랑스러워했던 기억이다. 도시와는 조금 다른 상황이었겠지만 그만큼 대학생이 귀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명문 대학에라도 합격하면 농촌 가구의 재산 1호인 소를 잡아 잔치를 벌이는 일도 놀랄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국내 최상위권 명문대학이 아니고서는 합격 현수막이 붙지 않는다. 시골마을에서 조차 대학생은 이제 너무도 흔해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대학에 진학하지 않거나 못하는 경우가 더 희귀해진지 오래다. 대학 수는 급격히 늘어난 반면 춮산률은 크게 줄면서 대학 진학 자체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중학교를 졸업하면 당연히 고등학교에 진학하듯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자연스럽게 대학에 입학하는 환경이 됐다. 생활수준도 높아지고 배움의 기회가 늘어난 점은 긍정적인 면이다.

문제는 이로 인한 부작용이 한계점에 다다랐다는 점과 그 피해가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 집중될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학령인구 감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교육당국은 대학 설립의 문턱을 낮춰줬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10년도 안되는 짧은 기간 신생대학이 우후죽순 문을 열었다. 부작용이 나타나기까지 그로부터 10년도 채 결리지 않았다. 정원을 채우지 못해 문을 닫는 대학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그보다 훨씬 많은 대학들이 문을 닫아야할 위기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 지금 대학의 현실이다.

근시안적 대학 정책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교육당국은 대책이 없어 보인다. 재정지원을 미끼로 정원 감축 정책을 펴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이진 않는다. 더욱이 당국의 정원 감축이 대부분 비수도권 대학에 맞춰져 있다보니 지역 사립대학들의 위기감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모여 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것도 어려운데 대학까지 수도권 일극체제에 빠져 있는 것이다. 지역 대학의 쇠락은 지역 자체의 쇠락으로 이어지고 지방소멸을 가속시키는 요소다. 비수도권 대학도 적정 수준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정원감축 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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