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모두 “독자 행보” 시사

사진은 서울 강남구 수서역 SRT 역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수서역 SRT 역사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에스알(SR)의 통합 유보 결정 이후 양측의 신경전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가 KTX를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와 고속철도 SRT 운영사 에스알의 통합 유보 결정을 내린데 이어, 최근 통복터널(천안아산역~평택 지제역 구간) 단전사고를 계기로 사실상 결별 분위기까지 감지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는 코레일·SR 경쟁체제 유지 또는 통합에 대한 판단을 유보한다는 최종 의견을 냈다.

2021년 3월부터 2년여간 관련 사안을 논의해 온 ‘거버넌스 분과위원회’를 통해 통합 유보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로부터 시작된 철도 공기업 통합 문제는 사실상 이번 정부에서도 결론짓지 못하고, 또 다시 다음 정부로 넘기게 된 상황.

유보 결정 이후 철도 업계에선 뜨거운 공방이 오가고 있다.

동일 업무를 수행하는 기관 운영으로 비효율만 가중시키는 경쟁 체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과 경쟁 체제 덕분에 철도 서비스가 확대되고 품질도 향상됐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불편한 동거가 이어지는 상황 속 최근 발생한 통복터널 단전사고로 인해 양측의 신경전은 한층 더 거칠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사고 이후 SR이 먼저 문제 제기에 나섰다.

SR은 입장문을 통해 "이번 단전사고로 SRT 32편성 중 25편성에서 67개 주전력변환장치(모터블록)이 훼손됐다"며 "이번 사고는 부실한 자재 사용과 공사과정에 대한 허술한 관리가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R 측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독자 차량정비·차량부품 공급 확대’, ‘코레일 위탁계약 전면 재검토’ 등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내며, 사실상 더는 코레일 눈치를 보지 않고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한국철도공사는 즉각 반박 입장문을 발표했다.

한국철도공사 측은 "단전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린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하지만 현재 사고 원인 조사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SR 측이 밝힌 사고의 원인을 코레일의 허술한 공사 현장 관리였다고 한 점에 대해선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철도업계 관계자는 "현재 에스알은 코레일과 맺은 위탁계약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나섰고, 코레일은 반환계획부터 밝히라고 목소리를 내는 등 양 측의 불쾌한 감정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일단 이러한 분위기를 서둘러 정리해, 열차 정비 효율화와 안전 인프라 강화 등에 양 측 모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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