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 제도는 35년이 흐르는 동안 꾸준한 발전을 거듭하여 국민의 노후를 보장하는 공적 연금 제도로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넓은 사각지대, 충분하지 못한 보장 수준, 고령화로 인한 재정불안정성 문제로 개혁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현 정부가 이를 중요 개혁과제로 제시한 것도 이러한 문제의식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보장성과 재정안정성을 평가하기 위해 2003년부터 5년마다 한 번씩 재정계산 보고서를 작성해 왔고 올해가 바로 5차 재정계산이 수행되는 해이다. 그런데 그간 재정계산이 수행될 때마다 언론의 관심은 예외 없이 기금고갈론, 미래세대 부담론에 맞추어져 왔다. 머지 않아 기금이 고갈될 것이고 기금이 고갈된 이후에는 은퇴 세대를 부양하기 위해 미래세대가 매우 무거운 부담을 질 것이라는 진단이 제시되었다. 그러다 보니 국민연금의 목표인 적정한 노후소득보장 역할이 오히려 뒷전으로 밀려나는 듯한 양상이 전개되어 왔다.

바람직한 국민연금 개혁안을 도출함에 있어서 불식해야 할 오해가 있다. 국민연금제도에 대해 현세대가 후세대를 착취하는 수단이라는 오해이다. 국민연금이 도입될 당시 가입을 꺼리는 사람들을 가입 유도하기 위해 보험료를 매우 낮게 책정하고 급여 수준을 매우 높게 설정했던 것은 사실이다. 1988년만 해도 이렇게 오래 살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고 자녀들이 부모의 노후를 부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에 인센티브를 강하게 설계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러한 과도한 혜택은 서서히 줄어 들어왔다.

물론 그래도 이미 은퇴한 고령 세대에 대한 국민연금은 후한 편이다. 그러나 과거 많은 부모 세대가 자녀 뒷바라지로 인해 제대로 노후대비를 하지 못했고 그래서 다른 국가들에 비해 노인 빈곤율이 심각하다는 점, 국민연금은 기초연금과 함께 노인 빈곤을 완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편 과거 세대에 비해 현세대, 즉 지금의 일하는 생산계층에 대한 국민연금의 혜택은 크게 줄었다. 따라서 국민연금이 현세대가 후세대를 착취하는 수단이라는 말은 오해이다.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다 보니 모두가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민 모두의 노후를 책임지는 제도라는 인식 하에, 어떻게 하면 충분한 노후보장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현세대, 후세대, 국가가 공평하게 부담을 나눌 것인가에 개혁의 초점이 맞추어져야 한다.

어제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민간자문위원회가 국민연금 개혁과 관련하여 ‘더 내고 더 받도록’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 인상을 동시 추진하자는 데 합의했다. 일단 방향은 잘 잡힌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 향후 세부안을 얼마나 잘 만드는가가 더욱 중요한 문제이다. 세부안을 만들 때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첫째, 보험료를 올려야 하지만 제도의 안정성 차원에서 급속하게 올려서는 안된다는 점, 둘째, 저임금노동자, 영세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점, 셋째, 국민연금이 하는 재분배 역할이 작지 않으므로 더욱 적극적인 국고투입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다.

국민연금은 하나의 큰 경제공동체인 국민이 모두가 맞이하게 될 노후에 대한 공동의 대비책을 강구하는 제도이다. 노후의 안정적 생계수단이 마련되어 있는가 아닌가가 국민들의 삶의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은 너무나도 크다. 모처럼 민간자문위원회가 연금개혁 방향과 관련하여 하나의 합의안을 도출했으므로 이 기회를 놓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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