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핵융합실험로건설 공정률 76.4%… 미국·러시아·유럽·일본 등 7개국 공동수행
‘진공용기’ 총 9개 섹터 중 4개 우리나라 담당… 올해 마지막 진공용기 마무리 계획
주요 구성품 하나로 이어줄 조립장치, 까다로운 설계·제작에도 44종 모든 과정 완수
열 차단 핵심기술 ‘열차폐체’ 세계최대 규모 은도금 설비 제작·균일한 구현 성공 성과

[충청투데이 이정훈 기자] 인류 최대 국제협력 프로젝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건설, 우리 기술로 주도한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의 건설 공정률이 76.4%를 넘어서며 세상에서 가장 큰 인공태양의 완성이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프로젝트는 청정에너지로 각광받는 핵융합에너지의 실현 가능성을 과학 기술적으로 최종 실증하기 위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미국, 러시아, 유럽, 일본, 중국, 인도 7개국이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는 과학프로젝트이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핵융합 전문연구기관이자, ITER 프로젝트의 국내 전담 기관으로 ITER의 성공적인 건설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ITER 프로젝트는 ITER 건설에 필요한 장치들을 각 회원국이 제작하여 제공하는 방식의 현물 조달시스템으로 진행되며, 우리나라는 총 9가지의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2014년 우리나라는 회원국 중 최초로 초전도 도체를 조달 완료한 바 있으며, 이후에도 조립장비, 열차폐체, 진공용기 등 주요 조달품의 적확한 제작과 적기 조달로 ITER 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ITER한국사업단은 지난 1일 ITER 진공용기 세 번째 섹터 조달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 360도의 진공용기는 총 9개의 섹터로 나눠져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 중 4개의 섹터 제작을 담당하고 있다.

진공용기는 핵융합로의 가장 안쪽에 위치하며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는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를 발생시키고 유지할 수 있도록 고진공 환경을 구현하는 일종의 그릇이다. 가장 안쪽의 진공용기 섹터를 중심으로 바깥쪽에 열차폐체와 초전도자석을 순차적으로 조립하는 과정을 각 섹터마다 반복하며 도넛 모양의 핵융합로가 완성되기 때문에 진공용기 섹터의 적기 조달은 ITER 건설이 본격적인 장치 조립 단계로 들어서는 매우 중요한 전환점으로 여겨진다.

그 중에서도 진공용기 6번 섹터는 주장치 조립의 가장 첫 번째 시작점이자, 진공용기 조립의 기준점이 되는데 우리나라는 이 6번 섹터의 조달을 지난 2020년 적기 완료했고, 뒤이어 2021년 두 번째 섹터까지 조달하는 데 성공하여 ITER 주장치 건설 시작의 주역이 됐다.

ITER 프로젝트 시작 당시 우리나라는 당초 총 두 개의 진공용기 섹터만을 제작하기로 했으나, ITER의 조립 일정을 고려해 EU에서 제작하기로 했던 두 개 섹터를 2016년 위임협약을 통해 추가로 제작하게 됐다.

우리나라 핵융합 연구계와 산업체의 높은 기술 역량을 인정받아 1250억원에 달하는 추가 수주를 달성하게 된 것이다. 안정적인 제작 기술과 어떤 위기 상황 속에서도 특유의 정신력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세 번째 진공용기 섹터 조달까지 완료한 우리나라는 올해 중에 마지막 진공용기 섹터 조달을 마무리 지을 계획이다. 우리나라의 기술력이 돋보이는 또 다른 분야는 바로 조립장치이다.

진공용기가 조달된 후 실제 장치를 조립을 하는 것 역시 한국산 조립 장비가 책임진다.

수 만개로 나눠 제작된 ITER 토카막 주장치의 주요 구성품을 한 치의 오차 없이 하나로 이어줄 조립장비야 말로 ITER 성공의 열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립장비는 다양한 대형, 고중량 장치들을 제한된 공간 내에서 정밀하게 조립해야 하는 기술요건으로 인해 까다로운 설계와 제작 및 검증 절차가 요구되는데, 우리나라는 총 44종의 장비를 설계부터 제작, 검증시험, 출하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담당하여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조립장비를 이용해 진공용기와 연결되는 첫 번째 장치인 열차폐체에서도 우리의 기술력은 이어진다. 열차폐체는 진공용기 속 1억도 이상의 플라즈마 열기가 -269도 극저온에서 운전되는 초전도자석에 전달되는 것을 차단하는 장치이다.

열차폐체의 핵심 기술 중 하나는 열 차단에 효과적인 은을 균일하게 도금하는 것인데, 이를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대형 스틸 도조금 11개로 이뤄진 은도금 설비를 제작하고, 대형 열차폐체 표면에 8~10마이크로미터 두께의 균일한 은도금을 구현하는 데 성공하는 성과를 거뒀다.

우리나라는 ITER 프로젝트 참여를 통해 향후 핵융합에너지 실현의 마지막 단계인 실증로 건설을 위한 핵심원천기술을 확보하고, 관련 산업체의 기술경쟁력 성장, 이와 더불어 우수한 핵융합 전문인력 양성이라는 풍성한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ITER 장치의 완공이 눈앞으로 다가온 지금, 핵융합에너지 실현을 향한 인류의 도전이 가속화되고 있다.

이정훈 기자 classystyle@cctoday.co.kr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