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삭감해 과기계 처우 악화
연구실 인력 감축, 처우 변경 고려도
의대 장벽 낮춰 편중 심화 우려
출연연 밀집 대덕특구 타격 전망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17일 대전의 한 의과대학 의학관으로 학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방안을 검토하는 가운데 17일 대전의 한 의과대학 의학관으로 학생들이 들어가고 있다. 이경찬 기자 chan8536@cctoday.co.kr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의과대학이나 이민을 계획 중입니다. 자괴감이 드네요. 5년이 걸려도 의대 진학을 준비하거나 외국으로 뜰 예정입니다.", "연구 성과 감소와 이공계 대학원 진학 기피, 의대 진학 선호 현상 심화 등. 결국 국가 경쟁력이 약화될 것입니다"

<생물학연구정보센터 ‘국가 R&D 예산 정책에 대한 현장 연구자 인식 및 현황 조사 설문 결과 보고서’ 주관식 의견 발췌>

정부가 국가 연구개발(R&D) 예산을 삭감하기로 한 데 이어 의대 정원 증원에 나서면서 지역 이공계 인재 양성에도 악재가 예상된다.

우수 재원이 의대로 쏠릴 가능성을 더욱 키웠기 때문인데, 장기적으로는 국내 최대 연구 인력이 포진한 대덕특구의 인력풀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생물학연구정보센터 등 4개 기관이 국내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와 이공계 학생 285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대학 교수 응답자 중 9.6%를 제외한 나머지가 R&D 예산 삭감으로 인해 연구실 인력 축소를 고려한다고 답했다.

감축 대상은 대학원생(73.81%·중복 응답 포함), 테크니션·연구행정 포함 원구원(43.7%), 박사 후 연구원 포스닥(42.8%) 등 순으로 고려됐다.

출연연 등 정부 산하 연구소에서도 대학원생(37.7%), 원구원(43.4%), 포스닥(51.5%)의 감축을 고려한다는 의견이 그렇지 않은 경우(21.3%)를 크게 앞섰다.

이와 함께 인건비 삭감 등 처우 변경을 고려할 예정이라는 의견도 대학의 경우 77.1%, 정부 산하 연구소는 50.3%에 달했다.

정부는 내년 R&D 예산을 올해보다 10% 이상 삭감한 25조 9000억원으로 책정했고 그 여파는 당장 학생 연구자의 인건비와 처우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대학원생 94.6%와 대학생 87.2%가 향후 전공 관련 진학 여부를 결정하는 데 R&D 예산 삭감이 중요한 변수나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하기도 했다.

여기에 맞물려 정부가 의대 정원 대규모 확대 방안을 검토하자 대학가에서는 ‘의대 광풍’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사실상 과학기술계 인력에 대한 처우를 악화시킨 반면, 의대 진입 장벽을 낮추려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대전 A대학 화학과 교수는 "지역 의료계의 인력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검토해야 할 일"이라며 "그러나 이공계 학생의 진로와 처우에 대한 문제를 그대로 둔다면 가뜩이나 의대에 편중된 현상만 더욱 악화돼 상위권의 우수 인재들은 모두 의대로 쏠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적으로는 정부 출연연구기관이 밀집된 ‘과학도시’ 대전의 입지에도 타격이 있을 것이란 관측도 지배적이다.

B대학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이공계 대학원생이 많이 줄어들 가능성이 큰 데다가 출연연으로 갈 만한 우수 학생들이 사기업이나 의대로 빠지게 될 것"이라며 "출연연 자체적으로도 예산이 줄어드니 뽑는 인원이 줄어들고, 대학 차원에서도 기초연구사업이 줄어 타격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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