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정 지원 미끼로 정원 감축 유도
수도권 참여 저조… 비수도권 중심 진행
첨단산업 인력 양성… 수도권 정원 늘려
한정 자원 쏠려 빈익빈 부익부 현상 가속

한 졸업생이 학사모를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졸업생이 학사모를 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조선교 기자] "좀 더 성적이 뛰어난 학생이 서울로 향하는 그런 개념을 벗어나 대부분의 대학생 청년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상황이 벌어질 겁니다. 지역 대학의 소멸을 넘어서 지역의 소멸을 걱정해야 될 문제가 될 수도 있죠"

30일 충청권 한 사립대 입학관리부서 관계자는 그동안 추진된 비수도권 대학 중심의 정원 감축 정책에 대해 이 같이 토로했다. 입학 자원은 한정된 데다가 10년 뒤 급감할 것으로 예측되는데, 수도권 대학의 정원이 유지될 경우 대부분의 자원이 쏠릴 것이란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충원과 정원이 실질적으로 대학의 경쟁력이자 기득권"이라며 "수도권에서는 결코 정원을 줄이지 않으려 할 텐데 이러한 구조 속에서는 어떠한 지원도 지역대학 소멸을 근본적으로 막기 힘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역 대학가에서는 최근 정부의 잇단 정원 증원 정책을 두고 우려가 가중되고 있다.

학령 인구 감소세를 바탕으로 본다면 앞으로도 대대적인 정원 감축이 불가피한 상황이지만 오히려 정원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동안 비수도권 대학을 겨냥했던 정원 감축 정책이 더욱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입학전형시행계획에 따르면 전국 일반대의 2025학년도 모집 인원은 34만 934명으로, 10년 전과 비교하면 3만 8173명이 줄었다.

그러나 이 가운데 90.5%(3만 4561명)는 비수도권 대학에서 감소한 수치다.

수도권 일반대 70여개교에서 10년 새 줄어든 모집 인원은 3612명(9.4%)에 그치며 충청권 39개교에서 줄어든 인원(7904명)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

정부는 ‘자발적’ 정원 감축을 내세우며 혁신지원사업비 등 재정 지원을 미끼로 대학 정원 감축 정책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과 충원율 상태가 양호한 수도권 대학의 참여도는 비수도권에 비해 턱없이 저조해 사실상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감축이 추진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대입생들이 수도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은 상황에서 애초부터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줄이지 않자 한정된 자원이 수도권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며 "이로 인해 지역에선 충원율 등 감소로 재정이 악화되면 지원을 받기 위해 정원 감축에 참여하고, 감축으로 인해 대학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최근에는 극소수의 감축 정책에 참여한 수도권 대학에서 오히려 정부의 첨단산업 인력 양성 정책을 통해 정원을 늘려 논란이 일고 있다.

서동용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서는 수도권에서 13개교가 정원 감축에 참여해 177명을 줄였지만 이 가운데 5개교가 첨단학과 증원을 통해 260명을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충청권 한 사립대 관계자는 "인구 감소세는 지금 이 순간에도 통계로 확인되고 예견 가능한 부분이지만 정부의 대응책은 현실적이지 않다"며 "인구 감소는 비수도권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대학의 정원을 유지해 청년들의 수도권 집중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선교 기자 mission@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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