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근 한국유교문화진흥원장

선비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삶을 사는 사람이다. 선비는 우주와 인간의 이치를 새롭게 해석하고, 안으로는 도덕적 수양에 힘쓰고, 밖으로는 사회적 실천에 매진하는 사람이다. 이런 선비의 삶은 크게 두 가지로 이뤄진다. 하나는 공부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나라를 다스리는 것이다. 필자는 금융위기, 코로나 팬데믹, 기후변화, 전쟁, 범죄, 사회갈등 등 전 지구적 위기와 함께 공공리더십에 관한 담론이 다시 표출되는 시대적 상황에서 치인(治人)에 보다 주목하고 싶다.

치인은 공동체를 위해 봉사하는 것이다. 유교의 지식인인 선비의 공부 목적은 제대로 배우고 자신을 잘 닦아서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데 있다. "공부했으되 치인을 하지 않고 자신의 영달을 위해 공부한 것을 써먹는다면 그것은 소인"이라고 공자는 일갈한다. 유교 외에 인류의 어떤 큰 가르침도 공부하는 목적을 개인의 행복을 넘어 사회의 행복에까지 두진 않았다. 오직 유교의 이상적 인격체인 선비만이 수기와 치인을 겸함으로써 공익 실현을 위해 헌신하는 행동하는 지식인이었다.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만 하는 일을, 스스로 해냈을 때" 행복하다. 우리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적 행복(私的 幸福, Private Happiness)을 충족시키고, ‘해야만 하는 일’을 하면서 공적 행복(公的 幸福, Public Happiness)을 충족한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사적 행복만으로는 진실로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적 행복과 공적 행복이 결합해야만 행복이 완성되기 때문이다. 공적 행복을 실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치인하는 것이다. 즉 선비로 살아가는 것이다. 선비의 삶은 이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인생 여정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우리가 선비의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치인의 개념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선 시대와는 달리 오늘날에는 정부뿐 아니라 공기업, 시민사회단체, 민간부문 등 모든 사회구성원이 공적 가치와 관련된 일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시민 누구라도 뜻만 품으면 이웃을 위하고 공동체를 선(善)하게 하는 치인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둘째, 사적 행복만을 위해 몰두하는 세상에서 참선비의 삶을 통해 공적 행복의 인생 여정을 살아낸 이 시대의 리더를 찾아내야 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좋은 방법은 먼저 살면서 같은 문제를 극복한 선인들의 발자취를 돌아보고 따라 해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유교문화진흥원은 사익 추구, 전쟁, 범죄, 차별, 갈등이 심화되는 이때, 공적 행복과 사적 행복을 적절히 조화시킨 역사 속 ‘선비리더십’을 조명하고 이들을 통해 21세기에도 평생 참선비로 사는 것이 가능하며, 또 그렇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는 것을 입증하려 노력하고 있다. 내년 한유진의 특별전시회, "(가칭) 당신은 어떻게 보여지길 원하는가?"를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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