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단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마음과 몸은 연결이 되어 있을까? 정신과 신체, 마음과 몸의 관계는 아주 오래전부터 다루어져 오던 흥미로운 주제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정신과 신체는 별개의 존재로 인식했고 중세시대에는 종교적인 관점으로 정신과 신체를 이해했다. 17세기 합리주의 시대에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는 유명한 말을 한 철학자 데카르트는 정신과 신체는 구분할 수 있는 두 개의 존재로 인식했다. 이후 자연과학에 기초를 둔 신경정신학이 발달하면서 정신과 신체를 통합하려는 연구가 진행됐다.

철학이나 과학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 조상들은 정신과 신체가 연결돼있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우리 속담에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말이 있다. 사촌이 땅을 사면 왜 배가 아픈 것일까? 오히려 축하해 주고 같이 기뻐해야 할 일이 아닌가. 인간의 마음은 자신과 가까운 친척이 잘되는 걸 보면 시기심이 들기 마련인데 그걸 대놓고 드러낼 수는 없고 숨기려고 하니 신체적인 반응, 복통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우리 조상들은 경험상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진료실에서 환자를 보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의 입장에서는 몸과 마음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주 밀접하게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이 분명한 사실이다.

화병, 신체형 장애 같은 정신건강의학과 질환의 특징은 뚜렷한 내과적 원인이 없이 여러 가지 신체증상이 나타난다는 것이다. 머리가 아프고 소화도 안되고 가슴이 답답한데 내시경이나 할 수 있는 검사는 다 해봐도 이상은 없다고 하고 소화제, 두통약을 먹어도 좋아지지 않는 것이 전형적인 양상이다. 간혹 어떤 환자분들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머리가 아픈데 왜 정신건강의학과에 와서 진료를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옆에 앉는 보호자를 원망하기도 한다. 때로는 정신병자 취급을 한다며 화를 내는 경우도 있다. 그런 환자분들을 면담해 보면 직장이나 가정에서 걱정거리, 스트레스를 받고 있지만 심리적인 문제를 부정하거나 자신의 감정, 마음을 잘 들여다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은 내 마음이니 내가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마음이라 해도 자신이 다 알지 못한다. 프로이트가 이야기한 무의식의 존재는 지금까지 정신의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는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이다. 자신의 마음과 감정을 잘 볼 수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도 빨리 알아챌 수 있고 공감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주변에 나의 얼굴 표정의 변화나 미세한 감정을 빨리 알아채고 당신에게 잘 맞춰주는 사람이 있는가? 그런 사람이 있다면 자신의 옆에 가까이 두라고 잘 대해주라고 말하고 싶다. 당신이 살아가면서 어려운 처지에 빠질 때 정서적인 지지를 보내 줄 수 있는 친구가 될 것이다. 혹시 모른다. 인생을 같이 할 반려자가 될 수도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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