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 단국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혹시 나이가 들면서 휴대폰이나 열쇠를 어디 두었는지 기억나지 않아 집안 여기저기 찾는 일이 많아지진 않았는가? 사람이나 물건 이름이 빨리 떠오르지 않아 저것, 이것 등의 말로 얼버무리는 일은 어떤가? 젊었을 때 성격과는 다르게 고집이 세지고 사소한 일에도 버럭 화를 내 예전 알고 있던 사람이 아닌 것 같거나 근거 없이 의심을 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치매전문가가 있는 의료기관을 방문하길 권유한다. 병원을 바로 가기 어렵다면 근처 치매안심센터에서 간단한 선별검사를 받아보고 그 결과에 따라서 상담을 받고 추가적인 검사를 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내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의 노인인구가 20%가 넘는 초고령사회로 접어든다고 예상하고 있다. 문제는 고령화 속도가 선진국에 비해서 너무나 빠르게 진행돼 노인빈곤, 연금 같은 복지 문제, 의료 문제, 특히 치매 환자 수의 급격한 증가가 큰 사회적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2020년 치매유병률 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 9명 중 1명이 치매 환자고 나이가 5세 많아질 때마다 유병률이 약 2배씩 늘어난다고 하니 주변에 한두 명쯤 치매진단을 받은 가족이나 친척이 있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다.

치매의 원인은 약 70-80가지가 있으며 그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최선의 치료는 빨리 발견해서 조기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도 치매를 완치하기 위한 많은 약물이 개발되고 있고 그중 일부는 마지막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하기까지는 좀 더 시일이 걸릴 것 같다. 5~6년 전부터 치매에 대한 정부의 관리체계를 구축했음에도 여전히 진료실이나 치매안심센터에서 환자나 보호자를 면담하다 보면 치매가 상당히 진행돼 오는 경우가 많다. 치매에 대한 잘못된 인식과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해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흔히 보게 되는 오해 중 하나는 20~30년 전 젊었을 때 고생했던 기억, 시집살이했던 기억을 잘하는 걸 보면 치매일 리가 없다거나 아직 자식들을 잘 알아보기 때문에 치매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치매에서 생기는 기억력 저하는 어제, 2~3일 전과 같이 최근에 있었던 일에 대한 기억이 먼저 손상되고 오래전 기억이나 가족에 대한 기억은 치매가 상당히 진행된 후에나 손상된다. 건망증과 치매를 헷갈리는 경우도 많은데 건망증은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정상 노화과정으로 진행이 뚜렷하지 않지만 치매는 뇌세포가 줄어드는 뇌질환으로 2~3년의 기간 동안 인지기능 저하 변화가 비교적 뚜렷하다.

치매의 10% 정도는 원인을 교정하면 완치가 되는 병이기 때문에 초기에 뇌영상검사, 혈액검사를 통해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부모님, 주변 친구들이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이야기한다면 그냥 넘기지 말고 한 번쯤은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도록 하자. 조금이라도 변화가 있거나 걱정이 되면 전문가의 상담과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어떨까? 치매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다. 치매는 지금도 나와 내 가족을 향해 조금씩 천천히 시나브로 다가오고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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