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 대전시사회서비스원 원장

누구나 한 번쯤은 풀밭에서 네잎클로버를 찾았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말에 보물찾기하듯 친구들과 또는 가족과 옹기종기 모여서 시간 지나는 줄 모르고 풀밭을 뒤적였던 추억 말이다.

클로버가 행운의 상징이 된 건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이야기에서 시작된다.

나폴레옹이 전쟁에서 우연히 네잎클로버를 발견하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총알이 머리 위를 스쳐 지나갔다.

나폴레옹의 목숨을 구했기에 ‘행운의 잎’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클로버는 한국명으로 토끼풀로도 불린다. 토끼풀의 유래는 토끼가 즐겨 먹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와 잎이 토끼 발자국을 닮았기 때문이라는 말, 하얀 꽃봉오리가 토끼 꼬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졌다고 한다.

우리는 그 하얀 토끼풀꽃을 엮어 꽃반지나 꽃목걸이를 만들어서 놀고는 했다.

연말을 맞이해 각종 행사장을 찾을 때면 인사말로 "여러분에게 네잎클로버의 행운이 깃들길 바란다"고 말한다.

딱딱한 인사가 아닌 객석에 있는 분들과 호흡하고자 친근한 이야기를 꺼낸 것인데, 한편으로는 진심으로 사람들에게 행운이 깃들길 바라는 마음이다.

참 많은 일들이 있었던 2023년이었다.

고금리 및 생활물가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전세 사기 피해 문제와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국내 뉴스를 차지했다.

해외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전쟁까지 일어나 다사다난했던 해였다.

2024년의 전망 또한 밝지만은 않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30일에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8월 전망 당시(2.2%)보다 0.1%포인트 낮은 2.1%로 제시했다.

올해 합계출생율은 역대 최저치인 작년 기록(0.78명)을 갱신할 거란 예상이다.

체감되지 않은 저출산의 영향이 내년 초등학교 입학으로 조금씩 드러난다.

사상 처음으로 입학생이 40만 명 미만이라고 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유명 칼럼니스트는 한국의 인구가 흑사병이 창궐한 중세 유럽 시기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감소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내놓았다.

이런 불안한 예측 속에서도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간다’ 라고 다짐한다.

괴로움을 못내 이겨내며 살아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힘든 순간 뒤에는 반드시 좋은 순간이 온다는 필연(必然)을 믿기 때문이다. 지난 학력 이슈로 나의 세상에 불이 꺼졌을 때 짙은 어둠 속 사무치도록 아픈 감정만이 내가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감각이었다.

그때 내 곁에서 24시간 지켜준 내 가족 그리고 소중한 지인들이 나를 다시금 세상 밖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시작한 고등학교 재입학과 졸업, 노인복지학과 22학번 신입생으로의 대학 입학은 나에게 새로운 기회가 됐다. 시민의 돌봄을 책임지는 대전시사회서비스원의 일원으로서 복지 현장을 살피면서 사회복지 수업을 병행하다 보니 이전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시각, 신선한 생각으로 연결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다보니 결국 좋더라"고 말하고 싶다.

2023년 계묘년의 해가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다사다산했던 만큼 2024년은 행운과 행복이 깃들 것으로 생각한다.

한 해 동안 고생한 여러분에게 토끼가 떠나며 주는 클로버(토끼풀)의 행운이 깃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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