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한 충남대 교육학과 교수

많은 사람들이 가는 해를 아쉬워하고 새해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는 연말연시.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제 곧 고등학교를 졸업할 예정이거나 이미 졸업한 수십만명의 청년들에게는 대학입시로 인해 분주한 때다. 작년 11월 치러진 수능시험에 응시한 수험생이 총 44만 4870명(이중 고등학교 재학생은 28만 7502명)이라고 하니 이들에게 이번 연말연시는 예전과 달리 초조했을 것이다. 이미 수시모집에서 합격통지서를 받은 청년들은 기대감과 행복감으로 새해를 맞이했겠지만, 정시모집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최근까지도 어디를 지원해야 할지 망설였을 것이며 약 한 달 남은 합격자 발표까지 마음을 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시기 마음을 졸이는 것은 대학입시를 지원하는 수험생만이 아니다. 이 학생들을 선발하는 대학들도 최근 몇년 사이 이 시기가 되면 초초해진다. 적지 않은 대학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학입시에서 눈에 띄는 한 가지는 교육대학에 대한 선호도가 심각하게 떨어졌다는 소식이다. 특히 수시모집에서 수도권의 교대조차 정원의 20%도 채우지 못했다는 소식은 놀랄만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지난해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교사들의 연이은 사망 사건이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교직은 우리 사회에서 오랫동안 존중받아 온 직업이고, 경제적·사회적 발전에서 우리 교육이 기여한 바를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국제 연구들에서도 우리나라의 과거 성장 원동력을 이야기할 때 교육을 빼놓지 않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교육에 가치를 두는 문화와 우수한 교사의 질을 언급했다. 국가 차원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첨단과학 분야에 진출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우리 사회의 잠재력을 키우고 공동체적 성장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는 교육 분야에도 우수한 인재가 유입돼야 한다. 그런데 최근에 교육 현장이나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교사 관련 사건·사고들, 그리고 사회가 학교 교육과 교직을 바라보는 시각에서의 변화는 교사들의 사기를 꺾고 우수한 인재를 교직으로 이끌 수 있는 동기를 낮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교사의 질이 낮아진다면 당연히 학교 교육의 질이 낮아질 것이고 이것은 다시 우리 자녀에게 그리고 나아가서는 우리 사회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교육 분야에서 헌신하는 우수한 인재들의 기여는 그 성과가 바로바로 나타나지는 않기에 생산성이나 효율성을 따지는 방식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항상 그래왔듯이 올해도 정부는 교육을 주요 개혁 과제로 발표했다. 교육개혁의 방법과 방향이 정부가 추진하는 다른 분야의 개혁과는 달라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가 학교 교육의 가치를 존중하고 교사와 학생의 사기를 함께 높일 수 있는 풍토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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