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병기 중부지방산림청장

일본 도치기현 우쓰노미야시에는 ‘오오야(大谷)자료관’이라는 지하관광지가 있다. 부드러운 촉감을 갖는 건축 및 인테리어용 응회암을 수십년 간 채굴했던 광산인데, 현재는 전시, 공연 등의 관광지로 활용되고 있다. 국내에는 광명동굴도 있다. 오랫동안 골칫거리로 남아 있다가 현재는 관광진흥법에 따른 관광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광명동굴 관리 및 운영에 관한 조례’도 2015년에 이미 제정되었다.

광명동굴 조례를 살펴보면, ‘시설물의 안전관리’(제8조), ‘입장금지’(제18조), ‘사용제한’(제20조), ‘안전 위원회’(제32조) 등의 조항에 주목하게 된다. 모든 동굴은 그 동굴이 자연동굴이건, 과거에 광업용으로 쓰였던 인공동굴이건 본질적으로 지하시설물이기에, 지진, 폭우 등 자연재해, 화재 등 안전사고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광명동굴에서도 ‘광명시장’이 안전관리, 입장금지 조치, 사용제한 조치 등의 책임과 권한을 갖는 것도 이 때문이다.

충주 활옥동굴은 그 지하부 시설물과 관련하여 현재까지 충주시로부터 어떠한 사용허가도 받은 바가 없다. 심지어 충주시에는 활옥동굴 업무를 공식적으로 담당하는 부서가 없다고 한다. 그저 광업법에 따른 광업권으로 운영되는 ‘광산’이라는 것이 충주시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혹시 활옥동굴에서 지진, 화재 등이 발생하면 어떤 기관이 시설물의 안전관리, 입장금지 또는 사용제한 조치를 취해야할까? 실제로 이미 활옥동굴에서는 동굴 일부가 무너져 내린 낙반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고, 관광객이 아직 동굴 안에 있는데, 동굴의 문을 닫고 직원이 퇴근해버린 사고가 발생한 적도 있다.

충주 활옥동굴의 중앙 부분은 산림청이 관리하는 국유림을 지나가고 있다. 그렇기에 활옥동굴을 관광시설로 운영 검토하는 시점에서는 국유림 사용허가를 받았어야 한다. 그럼에도 활옥동굴은 현재까지 관광시설로서 충주시로부터 어떠한 사용허가도 받은 바가 없기에, 관련 부처와의 협의도 없었고, 이에 따라 국유림 사용허가를 받은 적도 없다. 산림청에서 최근 국유림 무단점유 시설에 대한 원상복구 대집행 명령을 발한 이유는,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연간 수십만명이 방문한다는 충주 활옥동굴에 대해 법령, 조례에 따른 어떠한 안전조치도 취할 수가 없다면, 산림청이라도 대집행을 발해야 한다는 국회 국정감사(10.20)의 지적사항도 있었기 때문이다.

국내외에는 과거 광업용이었던 동굴을 합법적인 관광지로 개발한 많은 사례가 존재한다. 광명동굴을 제도화한 전 광명시장님은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했던지 나중에 ‘폐광에서 기적을 캐다’라는 책을 쓰기까지 했다. 활옥동굴은 이미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관광지이고, 인근 지역의 수많은 식당, 상가가 활옥동굴을 찾는 방문객에 기대어 영업을 하고 있다. 활옥동굴이 현재 ‘광산’인가? 광업권은 ‘탐사권과 채굴권’을 가질 뿐이다. 시민의 안전을 확보하고 지역 관광자원을 합법적으로 제도화하는 충주시의 현명한 해법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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