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선훈 대전전세사기피해대책위원장
2023년, 대전에서 터져 나온 전세사기 피해는 단순한 지역적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수백 명의 시민들이 하루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고, 법의 사각지대에서 절망과 싸워야 했습니다. 그 중심에서 저는 대책위원장으로서 피해자들과 함께 울고, 싸우고, 외쳤습니다. 이 글은 아직도 고통받는 이들을 위해 씁니다.
대전의 전세사기 피해는 조직적인 범죄였습니다. 임대인과 중개업자, 일부 금융기관까지 얽힌 구조 속에서 피해자들은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만으로는 보호받을 수 없었습니다. 한 임대인이 수십 채의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아 전세를 놓는 방식은 결국 ‘깡통전세’를 초래했습니다. 피해자는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채 경매로 내몰렸고, 거리로 나앉아야 했습니다.
정부는 뒤늦게 ‘전세사기 특별법’을 제정했지만, 피해자 인정 기준은 지나치게 불투명합니다. ‘기망행위’라는 법적 요건을 입증하지 못하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례가 빈번합니다. 경찰의 검찰 송치 의견이 피해자 인정 여부를 결정짓는 현행 구조는, 피해자에게 더 많은 고통을 줍니다.
구제 절차의 지연도 심각합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피해 주택을 매입하기까지 평균 1년 이상이 소요되며, 실제 매입률은 전체 요청 대비 4%에 불과합니다. 그사이 피해자들은 경매에 내몰리고, 열악한 주거 환경에서 곰팡이와 누수에 시달리며 살아야 합니다.
단기임대 사각지대도 우려됩니다. 일부 가해자들은 구속 중에도 피해자 동의 없이 주택을 단기임대로 내놓고 있습니다. 그 주택이 전세사기 피해 물건이라는 사실은 철저히 숨깁니다. 이에 피해자들의 점유권이 무시당하고, 2차 피해 가능성까지 생겨납니다.
결국 법과 제도만을 믿었던 수많은 피해자는 국가의 무관심과 싸워야 했습니다.
이제는 국가가 응답해야 할 때입니다. 첫째, 전세사기 피해를 입증하는 절차를 간소화하고, 피해자에게 입증 책임을 전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둘째, 보증금 반환을 위한 공적 기금 및 긴급 주거 지원이 필요합니다. 셋째, 사기 가해자뿐 아니라 중개업자 및 금융기관의 책임도 명확히 해야 합니다. 넷째, 단기임대 등록 제한과 같은 제도적 보완을 통해 2차 피해를 방지해야 합니다.
대전의 전세사기 피해는 끝난 사건이 아닙니다. 여전히 많은 피해자가 법정에서 싸우고 있고, 일부는 삶의 의지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국가는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국민을 먼저 지켜야 합니다. 전세사기특별법 재개정을 포함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한 때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