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산부인과 5곳 중 4곳 분만 불가
인건비·소송 부담·수익 악화 등으로 포기
안전한 분만 환경 위한 국가 제도 절실
[충청투데이 최광현 기자] 지방을 중심으로 산부인과 병원의 분만실 폐쇄 움직임이 가속화되고 있다.
21일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20일 기준 대전 지역 산부인과 112곳 중 분만실이 있는 곳은 19곳(17%)에 불과했다.
세종은 30곳 중 7곳(23.3%), 충북은 104곳 중 24곳(23.1%), 충남은 145곳 중 24곳(16.6%) 뿐이었다.
충청권 산부인과 5곳 중 1곳만 분만실을 운영하는 것으로, 산부인과는 있지만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병원이 대다수라는 의미다.
최근 대전 서남부 지역과 충남 계룡논산 수요가 높은 산부인과 병원이 분만 중단을 예고하면서 충청권 전역에서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2021년 대비 올해 11월 기준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 수는 대전은 32.1%, 충북은 20.0%, 충남은 31.4% 감소했고, 세종은 단 1곳 증가하는 데 그쳤다.
계룡에 거주하는 임산부 이모(31) 씨는 "원래 다니던 병원이 분만실 운영을 중단해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하는데, 인근에는 분만 가능한 산부인과가 없다"며 "불편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분만실 폐쇄 배경에는 여러 복합적 요인이 자리하고 있다.
24시간 운영에 따른 인건비 부담, 의료사고 소송 우려, 저출생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는 곧 의료인력 감소로도 나타나고 있다.
요양병원을 제외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2020년 3분기 대비 올해 3분기 대전이 180명에서 171명으로, 충북이 127명에서 123명으로 줄었다.
세종은 30명에서 31명으로 소폭 늘었고, 충남은 172명에서 171명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의료계는 분만 수가 현실화와 의료전달체계 회복,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한 국가 책임 강화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정부가 분만 사고 배상 한도를 기존 3000만 원에서 최대 3억 원으로 올렸지만, 실제 판결에서 이를 초과하는 배상액이 나오는 경우가 많아 의료진의 소송 부담은 여전하다.
게다가 정부 지원책이 일부 취약 지역에만 집중돼 정작 분만 수요가 있는 도시 지역에선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건비 지원, 야간 당직 가산 수가 확대, 의료 소송 부담 완화 등의 제도 개선 없이는 분만 가능한 병원이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경고가 이어진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열악한 근무 환경과 과도한 소송 부담이 지속되면 젊은 의사들이 산부인과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며 “분만 의료를 안전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국가가 마련해야 분만 인프라도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광현 기자 ghc0119@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