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휘 대전시의회의장
매년 11월의 공기는 유난히 팽팽하다. 대전 곳곳 대학수학능력 시험장 앞에 선 수험생들의 떨림과 그 뒤를 묵묵히 지켜보는 부모님의 기도, 교사들의 격려 속에 한 해 동안 쏟아부은 노력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필자 또한 수험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의원들도 시민을 위해 일해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정책을 시민의 삶 속에서 제대로 작동케 했는지 검증받는 과정에 서 있다.
진행 중인 제291회 제2차 정례회에서는 시정·교육행정의 성과를 점검하는 행정사무감사와 내년 대전의 살림살이를 결정하는 본예산 심의가 함께 이뤄지고 있다.
본회의장은 눈과 마음을 일깨우는 공간이고, 집무실을 지키는 "나는 여기에 왜 와 있는가"라는 글귀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단순히 한 개인의 존재 이유를 묻는 것이 아니다. 시민이 부여한 의원이라는 이름의 무게를 느끼기 위함이다.
의회는 시민을 대신해 시정을 견제하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정책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관이다. 단순히 행정을 평가하거나 예산을 조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의 삶을 더 낫게 공공의 책임을 실현하는 것으로 지방의회가 존재하는 이유이자 우리 시의원이 이 자리에 있는 이유이다.
행정사무감사는 단순 감시가 아니라 정책의 효과를 분석해 시정이 올바른 방향으로 향하는지를 확인하는 성찰의 과정이고, 예산안 심의는 내년의 목표와 비전을 구체적으로 설계해 정책의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나침반과 같다. 즉, ‘시민의 행복한 삶’이라는 문제 앞에서 답을 성실히 써 내려가는 것이다. 시의원들의 질의나 제안에는 시민 불편을 줄이고 행정의 효율을 높여 대전의 미래를 더 따뜻하고 단단하게 하는 마음이 담겨야 한다.
때로는 불편한 진실을 마주해야 하고 냉정한 비판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 모든 과정은 책임 있는 시정과 투명한 행정을 위한 것이고, 이는 곧 시민의 권리를 지키는 울타리가 된다. 이번 정례회에서는 그동안 노력에 부끄럽지 않도록 시민의 신뢰를 가슴에 새겨 체감할 수 있는 변화의 해답을 찾고 있다. 비판이 두렵지 않은 이유는 그 속에 시민의 기대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지적은 성장의 계단이고 격려는 더 멀리 나아가게 하는 힘이다.
지방의회는 시민과 행정을 잇는 가장 가까운 통로이다. 시민의 목소리가 정책으로 이어지도록 대전시의회는 투명하게 시정을 감시하고 또한, 집행기관과의 협력 속에서 대전의 길을 설계할 것이다. 정례회 기간 중 시의원들이 보여준 노력은 충분히 빛났다고 자부한다. 남은 기간도 시민 기대에 부응할 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소망하며, 시민과 함께 더 밝은 대전의 내일을 만들도록 잘 마무리하겠다.
"나는 여기에 왜 와 있는가"에 답은 언제나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