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관리 책임 주체 불분명해 분쟁
관련 법·제도 미비로 행정 관리 안돼
생활 불편 넘어 상권 신뢰 직결 문제
[충청투데이 조정민 기자] #1. 대전의 한 아파트 상가에서 카페를 운영 중인 A씨는 건물 화장실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건물 내 공용 화장실을 여러 점포가 함께 쓰는 형태에서 관리실이 청소를 맡아왔지만 최근 직접 청소하라는 통보를 받았기 때문이다. A씨는 "상가 화장실 청소는 관리비에 포함된 줄 알았는데 일방적으로 떠넘겨졌다"며 "답답하고 납득은 안되지만 따로 가이드라인이 없다 보니 어떻게 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2. 또 다른 음식점 밀집 건물에서 식당을 운영 중인 B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입주 점포들이 돌아가며 화장실 청소를 하기로 했지만 일부 점포가 참여하지 않아 갈등이 이어졌다. 그는 "손님 입장에서는 화장실만 더러워도 이 건물 식당 위생이 다 그렇다고 생각하니 피해가 돌아올까 걱정이다"라고 한숨을 지었다.
최근 매장 내 손님용 화장실을 두지 않는 소규모 상점이 늘면서 여러 부작용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하나의 건물 안에서 여러 점포가 공용화장실을 함께 쓰는 구조가 일반화되며 청결과 관리 책임을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 위생 문제를 넘어 상권의 신뢰도와 상인 관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공용화장실 구조가 확산된 배경에는 상가 건축과 영업 환경의 변화가 꼽힌다.
임대료와 인건비 부담이 커지며 1~2인 운영 중심의 소규모 점포가 급증했고 한정된 공간을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매장 내 화장실을 두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문제는 이 같은 공용화장실이 제도적으로는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공용화장실은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의 적용 대상이 아닌 민간시설이기에 청소 주기나 위생 기준이 행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설치 의무는 있으나 관리·운영은 건물주와 세입자 간 자율에 맡겨져 있어 건물마다 관리 방식이 제각각인 셈이다.
청소, 수리, 소모품 교체 등 관리 책임이 건물주·관리실·세입자 중 누구에게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결국 어떤 건물은 외주 용역을 두고 깔끔히 관리되지만 다른 건물은 악취나 설비 파손을 방치한 채 운영되는 등 관리 수준이 천차만별이다.
이로 인해 상인 간 신뢰도 흔들리고 있다. 누가 더 많이 쓰느냐를 두고 다투거나 청소를 분담하지 않는 점포에 대한 불만이 쌓이는 등 갈등이 장기화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음식점, 카페 등 고객 회전이 잦은 업종은 이용량이 많아 부담이 더 크다.
전문가들은 이런 문제가 단순한 생활 불편을 넘어 도시 상권 신뢰와 직결된다고 지적한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화장실처럼 사소해 보이는 요소가 결국 도시 상권의 신뢰를 만든다"며 "기본 인프라가 정비되지 않으면 상권은 성장보다 피로를 먼저 느낀다. 편의 수준이 도시 서비스의 품격으로 이어지는 흐름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조정민 기자 jeongmin@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