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먼스토리] 정한철 정채움 대표
요리사로 사회생활 시작해 기업 일궈
15년째 식품가공·포장사업 회사 운영
아들 정지성, HMR 등 상품 개발 도와
대전 대표로 기능경기대회 은메달 수상
두 세대 함께 일하며 효의 의미 되새겨
서로 차이 이해·공감하려는 노력 중요
가족·직원·사회 다 성장하는 회사 꿈꿔
사회적 기업·채움과나눔 설립 최종 목표
[충청투데이 김다영 기자] 충청투데이는 효문화 확산을 위해 지역사회의 다양한 효 이야기를 듣는 ‘효먼스토리’를 연재한다. 효를 실천하고 있는 지역민의 이야기, 효와 관련된 지역사회의 유적지, 효문화와 관련된 칼럼 등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이야기를 싣고자 한다. <편집자 주>
식품가공과 포장 사업으로 15년째 회사를 이끌고 있는 정한철 대표. 그는 ‘혼자가 아닌,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꿈꾼다. 요리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조리학과 객원 교수로 재직했던 그는, 현재 30여 명의 직원과 함께 연 매출 150억원 규모의 회사를 이끌고 있다.
최근엔 아버지 곁에서 함께 일하며 든든한 후계자로 성장하는 정지성씨의 아들이 태어나는 뜻깊은 변화도 찾아왔다. 둘 다 ‘아버지’라는 공통점과 함께 다른 하나의 공통점은 ‘정(情)’. 기업 이름에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도, 그리고 가족을 바라보는 마음에도 ‘정’이 스며 있었다. 인터뷰는 정한철 씨와 정지성 씨가 함께했다.
-본인과 회사에 대해 소개.
정한철: 저는 원래 요리사로 현장에서 일하다가 객원 교수로 오랫동안 근무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외식 상품 개발, 식품 가공업, 식품 포장 처리업 등으로 영역을 넓혔고, 지금은 법인 형태로 15년째 운영하고 있습니다. 연 매출은 약 150억원 정도이고, 직원은 30명 내외입니다. 회사 슬로건은 ‘직원과 함께 성장하는 회사’입니다. 저 혼자가 아닌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현재는 ‘정채움’과 ‘정나눔’ 두 개의 법인을 운영 중인데, 앞으로는 이 두 회사를 합쳐 ‘채움과 나눔’이라는 사회적 기업을 만드는 게 최종 목표입니다. 사회에 일부를 환원하고 어려운 분들을 도우며 사회적 활동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아드님이 가업을 잇게 된 계기는.
정한철: 원래 요리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아버지 몰래 요리를 배우기도 했어요. 처음엔 그냥 직장생활만 하는 줄 아셨는데, 나중에 요리사로 일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요리는 이론과 실무가 다르기 때문에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싶었습니다. 현재는 젊은 감성을 살려 HMR 등 상품 개발을 맡고 있고, 얼마 전 전국기능경기대회에서 대전 대표로 출전해 은메달을 받았습니다.
-평소에도 봉사활동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어떤 계기로 시작했고, 어떻게 이어가고 있나.
정지성: 사단법인 대전봉사체험교실과 사단법인 호국기념사업회, 환경생태보존회를 운영하며 봉사 하고 있습니다. 무료급식이나 연탄 봉사 같은 활동도 하지만, 주로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위한 봉사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런 봉사는 다음 세대에 그 정신을 물려주기 위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생태환경 분야에서도 물고기 치어 방류 등으로 깨끗한 자연을 가꾸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필리핀 ‘쓰레기섬’이라 불리는 지역을 찾아가 물자 지원과 봉사활동, MOU 체결도 진행했습니다. 앞으로 후손들이 깨끗한 물과 공기 속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자연을 소중히 여기고 가꾸는 것이 우리 세대의 사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생각하는 ‘효’의 의미와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
정한철: 효는 태어나서 삶을 마감할 때까지 이어지는 과정 속에서 느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땐 잘 모르지만, 나이가 들수록 부모님에 대한 존경과 그리움이 커집니다. 나이 들어서 물질적으로 잘해드리는 것 보다는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세대 차이를 이해하고 공감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어릴 땐 몰랐지만, 나이가 들며 부모로서 느꼈습니다. 효도란 거창한 게 아니라 평소의 안부와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명절보다 평소의 "식사하셨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같은 말이 더 큰 효라고 봅니다. 그런 자연스러운 문안이 효도의 기본이고, 그것이 쌓여 관계가 깊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정지성: 제 생각도 비슷합니다. 어릴 땐 잘 체감하지 못하지만, 나이가 들고 성장하면서 부모가 걸어온 길을 비슷하게 걷게 됩니다. 제가 해솔이의 아빠가 된것처럼요. 자식을 키우면서 비로소 부모의 마음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녀에게 가장 중요하게 가르치고 싶은 건 예의와 예절입니다. "인사만 잘해도 반은 성공한다"는 말이 있듯 남을 상처 주지 않는 언행, 기본적인 인사와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순간이나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정한철: 예전엔 먹고살기 바빠 가족과 함께한 시간이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놀이동산이나 가까운 곳으로 드라이브 가며 놀던 사진을 보면 그 시절이 그립고, 그때 조금 더 잘해줄 걸 하는 후회도 있습니다. 그 사진들이 저에겐 가장 소중한 추억입니다.
정지성: 어렸을 때는 아버지가 워낙 바쁘셔서 함께한 기억이 많지 않습니다.
정한철: 맞아요. 그게 제일 미안한 부분이에요. 당시엔 가족에게 경제적 풍요를 주는 게 우선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은 추억을 더 쌓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그래도 지금 함께 일하면서 아들이 주도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면 기특하고 대견합니다. 실패하더라도 노력해서 결과를 도출해내는 자세를 가장 높게 평가합니다.
정지성: 아버지를 보면 존경스럽지만 안타깝습니다. 젊을 때부터 일을 키워 오시느라 개인적인 시간을 거의 못 가지셨습니다. 저도 요리사로 일하면서 ‘나만의 시간’이 없다는 게 얼마나 힘든지 느꼈습니다. 아버지도 이제는 조금은 자신을 위해 쉬고 여가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족에게 또는 아드님께 전하고 말.
정지성: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봉사활동 중 몸이 아파 버려진 아이들을 보며 ‘아프지 않음’이 얼마나 큰 복인지 느꼈습니다. 사회가 그들을 받아주지 않는 현실을 보면서, 함께 건강하게 살아가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정한철: 요리사로 기업을 운영한다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저는 ‘무한대로 성장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아들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가족과 직원, 사회를 위해 애착을 가지고 일했으면 합니다. 저희 회사는 우수 숙련 모범 사업체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하지만,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그래야 사회적으로도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습니다. 나중에 이 회사를 물려줄 수도 있지만, 그것보다 스스로 열심히 노력해 더 많은 사람과 나누며 보람과 행복을 느끼길 바랍니다. 저는 "아빠가 우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한마디.
정지성: 올해는 제게 뜻깊은 한 해였습니다. 기능경기대회에 참가해 좋은 성과를 냈고, 제 실력도 많이 늘었습니다. 처음엔 나갈 생각이 없었는데, 아버지가 "네 돈으로 나가라"고 하셔서 출전했어요(웃음). 결과적으로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정한철: 저는 항상 "경험보다 좋은 스승은 없다"고 말합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경험이야말로 인생의 자산입니다. 지성이가 이번 대회를 통해 얻은 경험이 앞으로의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우리 가족이 앞으로도 이 경험을 대물림하며 함께 성장하고, 명문 기업으로 오래 남길 바랍니다.
김다영 기자 allzero@cctoday.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