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8개월 비상진료체계 종료
정부, 내년 모집인원 증원 전 회귀
하반기 모집 전공의 복귀 이어져
지역선 회복 아직… 제도 보완 필요

의료진. 사진=연합뉴스.
의료진. 사진=연합뉴스.

[충청투데이 함성곤 기자]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 정원 확대 추진으로 촉발돼 장기화 양상을 보여온 의정 갈등이 비상진료체계 해제로 일단락됐다. ▶관련기사 4면

다만 이번 사태는 의료계에 수년 간 누적된 불안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점에서 정부를 향한 의료 현장의 불신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0일 의료 위기경보 ‘심각’ 단계를 해제하고, 1년 8개월 동안 유지해 온 비상진료체계를 종료했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1만 305명 중 76.2% 수준인 7984명이 수련 과정에 복귀했고, 종합병원들의 진료량이 평시 대비 95% 수준으로 회복하는 등 의료 체계 안전성이 충분히 확보됐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2월 정부가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에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대거 사직·휴학에 나섰고, 의료계는 "협의 없는 일방적 결정"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정부와 의료계 간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그 피해는 환자에게 고스란히 전가됐다. 전국 주요 병원의 진료 일정은 평소의 두 배 가까이 지연됐고, 그렇지 않아도 사회적 문제였던 ‘응급실 뺑뺑이’는 더욱 심화했다.

이에 의료계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싸늘했지만, 의료계는 누적된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단순한 ‘정원 확대’로 곪아왔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태도에 대해 반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필수 의료 기피, 장시간 근무, 낮은 보상, 진료 중에 발생하는 법적 책임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이미 의료 현장은 한계 상황에 놓여 있었고, 특히 소아청소년과·산부인과·흉부외과 등 필수과는 전공의 지원이 사실상 끊긴 상태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증원 정책은 근본 처방이 아닌 단순 숫자 조정이라는 회의론을 불러온 것.

정부는 2035년까지 의사 인력이 1만 명 이상 부족할 것이라는 수급 예측을 근거로 증원 방침을 유지했지만, 의료계는 근무환경과 보상체계 개선 없는 단순 증원은 의료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맞섰다.

결국 의료 현장은 장기 공백을 겪었다. 상급종합병원은 전문의와 PA간호사가 전공의 공백을 대신했고, 정부는 군의관 파견과 공공병원 지원으로 진료체계를 유지하려 했지만 ‘진료는 유지됐어도 정상은 아니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결국 정부는 지난 4월 내년도 의대 모집 인원을 증원 전 수준인 3058명으로 회귀하며 백기를 들었고, 이후 올해 하반기 모집에서 전공의 복귀가 이어지며 갈등은 서서히 봉합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지역 의료 현장은 여전히 완전한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복지부는 "전국 의료체계가 95% 이상 회복됐다"고 밝혔지만, 지방 수련병원들의 복귀율은 70%대에 그치거나 이보다 낮은 곳도 많기 때문이다.

지역 의료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정부와 의료계가 신뢰를 잃었을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보여준 사례"라며 "단기적인 봉합이 아니라, 제도적 회복 없이는 같은 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함성곤 기자 sgh081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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