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희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요즘 세계 문화계에서 흥미로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바로 ‘케데헌 효과(Kadehun Effect)’다. 한 나라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주목받으며, 그 고유한 매력과 창의성이 전 세계로 퍼지는 현상이다. 조용히 피어난 한 송이 꽃이 주변에 향기를 퍼뜨리듯, 지역 문화가 세계 속에서 영향력을 넓혀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케데헌 효과로 이어진 현상을 최근 미국의 핼러윈 문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더피 호박(Theppy Pumpkin)’이라는 한국적 요소를 담은 코스튬이 등장해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 문화가 특정 지역 행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새로운 문화적 영감을 제공했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한국 문화가 해외 무대에서도 의미 있는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성과가 가능했던 배경에는 지역 예술인들의 꾸준한 노력이 있었다. 지역 공연과 전시, 시민과 함께한 작은 축제들이 쌓이면서 지금의 K-컬처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의 결집력과 예술성이 문화로 자리 잡고, 지금의 시대 추구상과 어우러졌으며, 그러한 특성에 국적을 불문한 많은 이들이 매료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우리나라의 문화적 요인을 접목시켜 결국, 또 하나의 이슈로 이어진 더피 호박 코스튬과 미국의 변화한 핼러윈 또한 결국 이러한 꾸준한 노력의 결과다.
대전문화재단은 지역 문화예술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민관군 화합페스티벌, 뮤직토크쇼, 아티언스 대전과 같은 프로그램은 단순한 이벤트가 아니라, 시민과 예술인이 함께 어울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이러한 만남이 쌓일수록 지역 문화는 깊이를 더하고, 나아가 세계로도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성과보다, 꾸준한 기반을 다지는 일이다. 지역 예술인을 응원하고 기초예술의 뿌리를 튼튼히 하며, 시민이 문화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모이면 대전에서도 또 하나의 케데헌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10월의 핼러윈과 더피 호박이 보여준 모습은 단순한 해외 사례가 아니다. 우리 지역 문화가 세계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희망의 신호다. 적수천석(滴水穿石)이라는 말처럼, 이제 우리는 그 가능성을 믿고, 시민과 예술인이 함께 만들어가는 문화의 힘을 꾸준히 키워가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