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은 ETRI 위성탑재체연구실 박사후연수연구원

필자가 연구원에서 근무한 지 1년하고도 몇 개월이 흘러 이제 두 번째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작년에 박사학위를 받고 새로운 진로를 고민하던 시기에 연구원의 위성탑재체연구실에서 박사후연구원을 모집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렇게 새로운 연구 여정이 시작됐다.

위성 분야에 뛰어들면서 초반에는 낯선 용어와 탑재체의 전반적인 지식을 익히느라 쉽지 않았으나, 선배들의 도움으로 조금씩 적응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국가과학기술연구회에서 주최하는 ‘2025 박사후연구원 연수성과 공모전’ 공지를 보게 되었다. 특히 ‘창의연구 아이디어 부문’이 현재 연구 주제에 적합하다고 생각해 도전하게 됐다.

필자의 연구는 저궤도 군집위성 통신에 필요한 ‘Q 대역 Output Multiplexer(OMUX)’ 개발이다. 주파수 대역 중 하나인 Q대역에서 여러 신호를 하나로 합쳐 하나의 출력으로 내보내는 장치인 출력 멀티플렉서(OMUX)의 개발을 담당하고 있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수천 기의 위성이 동시에 통신하기 때문에 기존보다 훨씬 넓은 대역폭이 요구된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기존보다 더 높은 주파수의 Q 대역이다. 한편 ‘OMUX’는 쉽게 말해 ‘신호를 하나로 모아주는 장치’이다.

위성탑재체는 넓은 대역의 신호를 받아 여러 채널로 나누어 처리하게 되는데, 이를 출력 부분에서 재결합하는 장치가 바로 OMUX이다. 채널 간 차단 특성을 가지면서도 손실이 거의 없도록 해야 하는, 위성탑재체 성능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다. 그러나 Q 대역 OMUX는 아직 세계적으로도 연구가 드물다. OMUX는 여러 채널 필터와 이를 모아주는 매니폴드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복잡성 때문에 성능 조정이 어렵고, 제작 공차에 민감하며, 전체를 3D 시뮬레이션으로 최적화하려면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된다.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 두 가지 방안을 시도했다. 첫째, ‘사선 방향 교차 결합’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필터에서 전달 영점을 형성하면 높은 성능을 가질 수 있는데, 이 연구에서는 4개의 공진기를 접힌 형태로 배치하고 사선 결합을 적용해 안정적인 전달 영점 구현과 소형화를 동시에 달성했다. 둘째, 설계 과정을 바꾸어 시간을 대폭 단축했다. 회로 모델로 먼저 빠르게 최적화한 뒤 이를 바탕으로 3D 모델을 만들었다. 단일 필터 설계에 쓰이던 기법을 OMUX 전체에 확장 적용한 것으로 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었다. 올해 5월에는 사선 결합 필터를, 7월에는 3채널 OMUX를 제작해 시뮬레이션과 거의 일치하는 결과를 얻었다. 이러한 성과의 창의성과 도전성이 인정되어 결과적으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는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이 연구는 개인적 성취를 넘어 국내 위성통신 기술 기반 확보라는 국가적 연구 목표와 직결된다. 필자는 연구실에서 ‘위성탑재체 핵심원천기술개발 과제’의 일환으로, 탑재체에 요구되는 핵심적인 기술을 우리 손으로 확보해 독자적 경쟁력을 갖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뉴 스페이스 시대에서 우리나라가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믿는다. 필자에게는 박사후연구원이라는 이 기간이 연구 정체성을 다지면서 국가에 기여하는 소중한 기회이다. 이 글을 읽는 젊은 연구자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도전을 이어가며 새로운 도약을 이루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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