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길 ETRI 광ICT융합연구실 선임연구원

수소는 앞으로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 중립을 위한 국제적 노력 속에서, 수소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원으로써 깨끗한 에너지 생태계의 핵심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수소는 연소 시 오직 물만을 배출하며, 전기 생산, 운송수단 연료, 산업 열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아 ‘에너지의 미래’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수소를 주로 ‘기체’ 상태로 저장·운송하고 있다. 이 방식은 수백 기압의 고압을 유지해야 하므로 폭발 위험성이 높고, 저장탱크의 안전 확보와 운송 효율성 면에서도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최근에는 수소를 ‘액체’ 상태로 저장하는 기술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액체 수소는 기체보다 부피가 약 80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고, 에너지 밀도도 높아 대용량 저장과 장거리 운송에 훨씬 적합한 방식이다.

문제는, 액체 수소를 유지하려면 영하 253℃라는 극한의 온도가 필요하다. 이로 인해 저장소 내부의 온도와 압력 관리가 매우 까다롭고, 극저온 환경에서의 안전성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액면이 어디까지 차 있는지를 정확히 측정하지 못하면 과충전, 기화 손실, 압력 이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곧 폭발 등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정밀하고 신뢰할 수 있는 계측 기술이 절실한 상황이다.

필자는 현재 ETRI에서, 이 극저온 액체 수소 저장소 안의 액체 높이(=액면)를 정확하게, 연속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센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기존의 센서들은 차가운 환경에서 얼어붙거나, 측정 위치가 한정돼 전체 상태를 감시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자는 광주파수영역 반사측정(OFDR)이라는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이 기술은 머리카락보다 가느다란 광섬유를 통해 수천 개의 지점에서 온도나 물성 변화 등을 밀리미터(㎜) 단위의 공간 해상도로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즉, 단 한 가닥의 광섬유로 저장소 전반의 상태를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액체와 기체의 경계면을 추적하고, 액면이 상승하거나 하강하는 과정을 정확히 감지할 수 있다.

이 기술이 정착되면, 수소를 연료로 사용하는 로켓, 항공기, 열차, 선박 등 미래 운송수단의 안전성과 효율성이 크게 좋아질 것이다.

돌아보면, 지난 10여 년간 필자는 야외의 추운 겨울, 뜨거운 여름 속에서도 데이터를 측정하며 기초 기술을 하나하나 축적해 왔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하나의 기술을 완성하는 것을 넘어서, 극한 환경에서도 고신뢰 계측이 가능한 ‘센서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이 기술은 수소 산업뿐만 아니라, 극지, 우주, 해양 등 미래 산업의 안전 확보에 직접 기여할 수 있는 차세대 핵심기술이 될 것이다.

이번 연구원의 차세대주역신진연구사업을 통해 대한민국이 수소 안전 분야에서 세계 최고가 되는 데 기여하고,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공공기술을 만들어 국민의 안전과 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고 싶다.

앞으로 10년 뒤, "극저온 속에서 미래를 봤다"는 말을 자부심 있게 꺼낼 수 있도록, 필자는 오늘도 책임감 있는 연구자로서 한 걸음씩, 그러나 멈추지 않고 나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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