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희 대전문화재단 대표이사

고사성어 중 ‘계륵(鷄肋)’은 흔히 애매한 사물이나 가치 없는 것을 비유하는데 쓰인다. "먹자니 살은 적고, 버리자니 아깝다"는 뜻으로, 보통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한중 쟁탈전’ 조조의 닭갈비를 떠올릴 것이다.

본인의 호(號)가 ‘계륵’이라며 새로운 의미를 알려준 직원이 있었다. 많은 것을 가진 조조의 관점에서 계륵은 귀찮은 존재일지 몰라도, 가진 것이 없었던 유비는 조조가 버린 계륵을 기반으로 촉나라를 세웠다고 말했다. 이어 "쓰임을 아는 사람을 만나면 계륵도 큰 가치를 가질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계륵을 단순히 ‘애매한 것’으로 치부하기보다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으로 보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얼마 전 성황리에 마무리된 2025 대전 0시 축제를 돌아보면서 더욱 깊어졌다.

산과 바다가 있는 도시는 시원한 자연으로 사람들을 불러 모으지만, 대전은 뜨겁게 달아오른 아스팔트와 회색빛 도심이 전부다. 여름휴가를 보내기에는 그리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닌 셈이다. 그러나 발상의 전환은 새로운 길을 열었다. ‘도심 속에서 즐길 수 있는 축제를 만들자’는 아이디어가 바로 대전 0시 축제의 시작이었다. 올해 대전 0시 축제는 약 220만 명의 방문객을 끌어들이며 대전의 대표축제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연과 체험, 전시, 놀이가 도시를 흥겨움으로 가득 채웠다. 그 중심에는 대전문화재단이 운영한 패밀리테마파크가 있었다.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체험과 놀이 공간을 마련해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자리로 확장되도록 이끌었다. 그 결과 대전은 ‘도심 속에서 가장 특별한 휴가를 즐길 수 있는 도시’라는 새로운 평가를 얻게 됐다.

이번 축제의 성과 뒤에는 대전문화재단의 치열한 준비와 노력이 있었다. 재단은 축제 기획 초기부터 ‘대전다운 색깔’을 어떻게 살릴지 고민했다. 대전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지역성,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축제의 의미를 최우선에 뒀다. 무엇보다 이번 축제를 통해 지역 예술가들이 주인공이 되는 무대를 마련했다는 점은 큰 보람이었다. 대전의 예술 생태계가 축제를 통해 성장하고, 예술가들이 다시 시민에게 영감을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이번 축제는 이장우 대전시장의 정책적 뒷받침과 행정적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축제를 단순한 행사로 보는 것이 아니라 도시 브랜드를 높이는 전략적 자산으로 바라본 것이다. 그 결과 축제 기간 동안 지역 상권 매출이 증가하고 숙박·교통·관광산업 전반에 활기가 돌았다. 이는 문화예술이 단순한 즐길 거리를 넘어, 지역경제를 살리는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였다.

대전 0시 축제는 ‘계륵’ 같았던 대전의 여름을 ‘보물’로 바꾸어 놓으며 여름휴가의 변방에서 세계적 축제의 중심으로 도약했다. 앞으로의 대전 0시 축제는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 세계인이 찾는 글로벌 문화축제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계륵은 새로운 쓰임을 발견한 순간 가치 있는 자원이 된다. 계륵도 큰 보물이 되듯 대전의 여름 또한 가장 특별한 계절로 다시 태어났다. 앞으로도 대전문화재단은 지역색을 살린 축제를 통해 대전을 세계 속 문화도시로 이끌어갈 것이다. 계륵의 재해석은 곧 대전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또 다른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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