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지난 15일 오송 지하차도 참사 2주기를 맞아 희생자를 애도하고 재발 방지를 다짐한 것이 무색하게 다음날부터 쏟아진 극한 호우로 전국에서 사망 19명, 실종 9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사상 초유 전 군민 대피령이 내려진 경남 산청, 하루에 400mm 넘는 비가 쏟아진 광주, 1시간 동안 114.9mm 관측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충남 서산 등 극한 호우는 우리의 생명과 삶터를 위협하고 있다.

극한 호우는 상대적으로 예측이 용이한 태풍과 달리, 기후변화 여파로 시기와 강도를 예측하기 어려워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이에 기상청이 2년 전 재난문자를 발송하면서 그 개념이 등장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1시간당 30㎜ 이상 연간 일수는 2020년대 평균 3.28일로, 2010년대 2.36일, 최저점인 1920년대 0.2일과 비교해 빠르게 증가했다.

기상전문가들은 그 원인으로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지목하지만, 그 속도를 늦추거나 예방하기 위한 마땅한 대응책이 없는 상황이다. 즉, 사전 대비만이 최선의 선택인 셈이다. 지난 17일 대전에도 하루 168.4mm에 달하는 폭우가 내렸지만 큰 수해는 없었다. 대전시가 시비 171억 원 포함 총 211억 원을 투입해 3대 하천 대규모 준설공사를 마치고, 침수 위험이 예상되는 지하차도에 안전시설물을 설치하는 등 사전에 발빠르게 준비한 덕분이다. 이젠 재난 대책과 위기관리 시스템의 수준을 대폭 높이는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과거 통계자료의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 최신 현상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대처 방법을 획기적으로 설계한다면 불가항력 재난이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다. 상습적 침수나 산사태, 공사장·옹벽 등 반복되는 피해 유형은 더 이상 인재 논란으로 나와선 안된다. 앞으로 재난 대응은 인력보단 첨단기술 중심의 체계로 바꿔나가야 한다. 도시 공간은 콘크리트 지표면이 대부분이고, 많은 지하 시설과 좁은 배수 체계, 복잡한 구조물 등이 얽혀 있어 각종 장애요인과 연쇄적 위험요소가 많다. 이를 극복하려면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감지센서, 연계 조기 경보시스템, 스마트 배수시스템 등 데이터·인공지능 중심의 첨단기술 활용이 절실하다. 현실을 가상공간에 복제해 모의실험하는 디지털트윈 역시, 침수 예측 등 현실의 다양한 정보를 수집 분석해 신속하고 정확하게 대응을 할 수 있어 스마트시티와 같은 미래형 도시를 관리하는 기반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을 더 이상 불가항력의 영역으로 둘 순 없다. 다양한 데이터를 활용한 도시계획과 첨단기술을 활용한 재해 예측 시스템으로 기후 위기 시대에 걸맞은 재난 역량을 키우고 방재 시설과 관련 기술·정책 등의 수준을 높여나가야 한다. 더 이상 재난 앞 좌절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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