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철모 대전 서구청장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주말, 대전 서구 산직동 장안로 급경사지에서 산사태 징후가 포착돼 현장으로 달려갔다. 즉시 현장에 안전펜스를 보강하고, 신호수를 배치했으며, 경찰 협조를 통해 통행 차량을 통제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기후는 지역의 일상과 행정 방식에까지 큰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폭염, 국지성 집중호우, 산사태, 하천 범람은 이제 예외적인 특별 상황이 아닌 일상의 행정이 되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환경을 지키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또 다른 재난의 씨앗이 되고 있다.
실제로 도심 속 자연 생태 공간인 갑천 국가습지보호지역을 걸으며 자연 방치가 만들어낸 위험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천변에 퇴적된 토사와 생활폐기물은 수로를 막고, 하천 수위를 상승시켜 인근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다.
환경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준설이나 정비를 미루면, 생명을 위협하는 ‘인재(人災)’가 발생할 수 있다. 자연을 그대로 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닌 것이다.
환경 보존은 중요하다. 그러나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까지 미루는 것은 온당치 않다.
적절한 하천 정비와 준설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기 위한 기초 행위다.
생명을 지키는 실용적 판단은 이념이나 이상보다 앞서야 한다.
대전시는 올해 장마가 시작되기 전 3대 국가하천 구간에 대해 대대적인 준설을 마쳤다.
그 결과, 267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졌던 지난 7월 중순 대전은 큰 피해 없이 여름 장마를 넘길 수 있었다. 서구민에게는 지난해 서구 용촌동에서 제방 유실로 마을 전체가 침수되며 큰 피해를 입은 것을 잊을 수 없기에 이번 사례가 더욱 와닿는다.
이번 하천 정비는 단순한 물리적 조치에 그치지 않는다.
환경부 및 금강유역환경청과의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생태계 보전과 주민 안전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함께 고려한 결과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생명을 보호하는, 조화로운 해결책을 모색한 사례라 할 수 있다.
서구도 여름철 자연재난 대비 종합대책을 수립하고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운영하고 있다.
우선 인명피해 우려 지역을 신규 지정하고, 자연재해 위험지구와 침수취약시설, 급경사지 등의 주민 대피 계획을 수립했다. 방재시설물 등의 시설 점검을 완료하고 개폐형 방범창, 물막이판을 신규 설치했다.
재난은 예측할 수 없지만, 대비는 가능하다. 무분별한 방치는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방치된 자연 속에서 일어나는 더 큰 위험을 키우는 일이다.
구는 앞으로도 선제적 점검과 조치를 통해 주민의 생명을 지키는 행정을 이어갈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