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순 천안문화재단 대표이사
#생활문화 동호회 활성화 접목
천안시 어느 동네의 주민자치센터 문화교실. 저녁 7시가 되자 난타 타악기 수업이 시작되며 북소리가 울리고, 옆방에서는 줌바댄스 수업에 참여한 직장인과 주민들이 리듬에 몸을 맡긴다. 특별한 공연도, 화려한 무대도 아니지만, 이들은 분명 예술적인 경험을 하고 있다.
일상의 틈에서 문화를 즐기고 표현하는 요즘의 일상에서는, 예술은 더 이상 특별한 무대 위에만 머물지 않는다. 유튜브나 SNS를 통해 자신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하는 다양한 크리에이터들 또한, 이 흐름의 일부다.
우리는 이렇게 일상 속에서 자발적으로 피어나는 모든 문화 활동을 ‘생활문화’라 부른다. 한때 전문가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예술이 일상 속으로 스며들게 되면서, 이제는 어느 누구나 창작의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문화적 전환이 낯설지 않다. 이렇듯 생활문화는 우리 일상에서 중요한 문화정책의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개인의 자존감을 높이고, 공동체 안에서 소통을 이끌어내는 힘을 지녔다. 실제로 댄스, 합창, 연극, 북아트, 공예, 어반스케치 등 다양한 동호회 활동을 통해 시민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 맺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지역의 생활문화는 이렇게 거창한 무대가 아니라 일상 속 작은 예술 경험에서 시작된다. 실제로 천안 곳곳의 공공도서관, 주민자치센터, 마을회관, 청소년 시설 등 커뮤니티 공간이 생활문화의 거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공간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함께 모여 활동하며 소규모 발표회나 전시회를 열고, 지역축제에도 참여하며 지역과 문화의 연결고리를 만들어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문화는 특정한 시간과 장소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닌, 우리의 일상 그 자체가 되고 있다.
천안문화재단 역시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생활문화활성화 지원사업’을 통해 관내 생활문화동호회와 일반시민에게 자발적 문화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순회활동, 공간지원, 체험활동, 기획 및 협력공연은 물론 네트워크 협의체 운영 등으로 단순히 공간이나 강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시민이 주도하는 문화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문화소비자에서 문화창작자로의 전환을 가능케 하는 구조다.
이러한 생활문화의 확산은 시민 중심의 문화 환경 조성과도 직결된다. 누구나 창작할 수 있는 권리, 문화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것이 곧 지역문화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문화예술을 향유하는데 있어 자격이나 비용, 소속의 유무가 중요하지 않은 사회. 이것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고품격 문화도시의 모습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천안의 어느 공간에서는 생활문화동호회 회원들이 함께 모여 춤을 연습하고, 또 다른 연습실 한편에서는 다양한 악기들이 모여 소리를 맞춰보고 있다. 비록 이들 활동의 규모가 작아 보여도 이것은 지역문화라는 거대한 나무를 성장시키는 단단한 뿌리다. 특별한 누군가가 아닌, 우리 모두의 일상 속 참여가 지역문화를 키워나가는 힘이다. 천안의 문화는 이렇게 오늘도 자라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