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창 ETRI 미디어부호화연구실 책임연구원

마블 스튜디오는 영화 아이언맨으로 전 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콘텐츠 산업 전반에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후 토르, 캡틴 아메리카, 닥터 스트레인지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하나의 세계관에서 연결되면서, 마블은 개별 히어로 중심의 단편 서사를 넘어 통합된 세계관에 기반한 장편 서사 구조, 이른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성공적으로 구축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아이언맨의 성공이 단발적인 흥행으로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이 콘텐츠는 영화 산업을 넘어 캐릭터 상품, 게임, 테마파크 등 다양한 산업 영역으로 확장되며 강력한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의 기반이 됐고, 후속 콘텐츠 제작을 위한 재원까지 마련했다.

초기 작품의 성과가 후속 작품과 세계관 확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 이 흐름은 콘텐츠 산업에서 선순환 구조가 효과적으로 작동한 대표 사례로 평가된다.

하나의 콘텐츠가 지속 가능한 체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처럼, 연구개발에서도 일회성 성과에 머무르지 않고 그 성과가 후속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구조를 갖춰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정보통신기술 분야와 같이 글로벌 표준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는 이러한 선순환 구조의 중심에 표준특허가 있다.

표준특허는 국제표준화기구에서 채택한 기술표준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권리를 의미한다. 해당 기술표준을 구현하려면 그에 대한 표준특허 사용이 필수이므로, 표준특허 보유자는 산업 생태계의 핵심 기술 공급자로 자리매김한다. 더불어 표준특허 보유자는 표준 기반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들로부터 특허 존속기간 동안 안정적인 로열티 수익을 창출할 수 있으며, 이 수익은 다시 후속 기술 개발에 재투자되는 중요한 재원이 된다.

즉, 기술 개발에서 출발해 표준화, 표준특허 확보, 수익 창출, 다시 후속 기술 개발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는 외부 재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면서 지속 가능한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하는 기반이 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표준특허는 단순한 법적 권리를 넘어, 기술을 고부가가치 자산으로 전환하는 전략적 수단이자, 미래 산업 진입을 위한 열쇠이다.

그러나 모든 기술이 동일한 수준의 경제적 수익성이나 산업적 파급력을 지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기술에 대한 투자는 전략적인 판단이 뒷받침돼야 하며, 무엇보다 기회비용을 고려한 선택과 집중이 필수적이다. 시장성과 실효성이 이미 검증된 기술 분야의 표준특허에 대해 선제적으로 투자함으로써, 투입 자본의 회수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후속 또는 유망 기술로의 확장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비록 초기 비용이 다소 크더라도, 수익성과 지속 가능성을 함께 확보할 수 있는 전략적 투자처에 집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큰 기술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마블이 하나의 영화로 시작해 수십 편의 흥행작으로 확장해 나간 것처럼, 연구개발 또한 표준특허를 중심으로 기술을 전략적으로 자산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속 가능한 연구개발 체계를 구축해 나가기 위한 장기적 기술 투자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장기적 안목으로 기술을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전략이야말로 미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길이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