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최근 해양수산부 등 이전 논란으로 지역 반발이 표출되는 등 반대 여론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이는 단순한 부처 이전 논쟁이 아니라 행정수도 완성과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국가 백년대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문제다.

지역 이기주의와 정치적 득·실을 먼저 계산하는 당리당략 매표행위로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협하는 일이다. 수십 년간 각계의 치열한 고찰과 논의로 완성한 행정수도 체계를 특정 인사가 국민적 합의나 숙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여 분노를 일으킨다.

공공기관 이전이 갖는 의미는 크다. 수도권 일극 체계를 극복하고 지역균형발전을 꾀할 수 있어 강력한 지역균형 정책의 하나로 꼽힌다. 준공공기관, 관련 기업 등의 이전을 유도해 인구 유입, 일자리 창출 등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행정수도 세종시의 출범은 국가균형발전의 상징이다. 하지만 아직도 법적·제도적 기반이 약해 선거철마다 정치공약 재료로 충청권 갈등을 조장해 왔다. 헌법 미규정, 실질적 권한 부재, 낮은 재정자립도 등 행정수도로서의 독립성과 효율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종에 둥지를 튼지 8년도 넘지 않은 해수부의 재이전은 공공기관의 집적이익과 공직사회의 연속성을 모두 외면한 졸속 민낯을 보여준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 이전 논란도 심각하다. 세계 각국의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선진국들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 안보와 경제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첨단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쏟고 있다.

대전은 우리나라 첨단과학의 두뇌다. 한국과학기술원, 전자통신연구원 등 세계적 연구기관들이 유기적 협력으로 수십 년 연구 역량을 축적, 오늘날 과학생태계를 형성했다.

특히 대전-사천-고흥, 우주항공산업 삼각 클러스터는 연구개발 등 기능적 분업과 지역균형발전을 이룬 합리적 체계다. 이를 무시한 이전 논란은 연구 현장의 정주 여건과 연속성을 무너뜨리고 과학자들의 사기를 꺾음으로써 국가 자산을 훼손할 수 있다.

지금은 저성장, 저출생 등 국가 명운이 걸린 중대한 시기다. 정부가 지방시대와 동반성장을 지향한다면 지방 대립을 부추길 것이 아니라 지방의 기회와 역량을 키워야 한다. 유망 기업 이전, 양질의 교육·일자리 마련 등을 위한 지원 확대로 지역별 산업 특성을 강화해야 한다. 이와 함께 지역갈등을 부추기는 소모적 논쟁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 보완도 필요하다.

대전시의회는 지난 6월 19일 해수부 이전 반대 건의안을 채택, 국회와 정부에 공식 전달하고 재검토를 강력 촉구했다. 부당한 이전 논란이 계속되지 않도록 충청권이 똘똘 뭉쳐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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