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소현 하나은행 쌍용동지점 VIP PB팀장
인생 10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은퇴 후 삶이 수십 년에 이르는 현실이 됐다. 예전보다 오래 살게 된 만큼, 노후를 대비한 재무 준비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그렇다면 은퇴 후 매달 얼마 정도가 필요하고, 총 얼마의 자금을 마련해야 할까.
개인마다 희망하는 생활 수준에 따라 다르지만, 일례로 월 300만원의 생활비를 필요로 하고 은퇴 후 25~30년을 살 것으로 가정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약 9억~1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여기에 해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하거나 더 오래 살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필요 자금은 훨씬 늘어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본인의 은퇴 후 예상 생활비를 현실적으로 국민연금 예상 수령액, 퇴직연금(퇴직금) 등을 합산해 부족분을 파악하고 그 격차를 메울 자금을 마련하는 것이 노후설계의 핵심이라 하겠다.
노후준비를 위해 일반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대표적인 전략과 판매 중인 금융상품들을 알아보면, 먼저 개인연금 계좌 활용(연금저축·IRP)이 있겠다. 세제 혜택을 받으며 노후자금을 모을 수 있는 대표 상품이다. 은행, 증권사를 통해 가입 가능한 연금저축펀드나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 매월 적립하면 연말정산 시 연 최대 700만~900만 원까지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가입 조건은 소득이 있는 사람이면 대부분 가능하며 매달 소액부터도 시작할 수 있어 부담이 적다. 연금계좌의 장점은 긴 안목으로 자금을 묶어두고 운용하게 함으로써 은퇴까지 자산을 키울 수 있고, 55세 이후 연금 형태로 인출하며 세금도 낮게 적용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ETF를 활용한 꾸준한 투자를 제안한다. ETF는 간편하게 주식·채권 시장에 분산투자할 수 있는 상품으로, 노후 대비 투자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대표지수형 ETF(코스피200 등)나 해외지수형 ETF(S&P500 등)를 매월 일정 금액씩 사들이면, 경제 성장에 따른 자본이익을 장기적으로 누릴 수 있다. ETF는 소액으로도 거래 가능하고 운용 보수가 저렴하여 일반인이 접근하기 좋다. 한편 채권형 ETF나 배당주 ETF처럼 상대적으로 안정적이고 정기적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상품도 있어, 은퇴 시점이 가까워지면 이러한 저변동성 ETF로 갈아타서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이는 전략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은행예금, 저축성보험 등 원금이 보장되는 안전자산도 일부 포함시키는 포트폴리오 설계가 좋다. 다만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예금 이자만으로는 자산 가치가 크게 늘지 않으므로, 예금은 긴급자금이나 원금보전을 위한 용도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외에도 연금저축보험이나 즉시연금 같은 보험사의 노후 대비 상품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이런 상품들은 가입 후 일정 시점부터 매월 확정 연금액을 지급해주는 구조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보험상품은 중도해지 시 손실 가능성과 낮은 예상 수익률(공시이율 기반 연 2~3%대 수준)을 감안해야 하므로, 가입 전 조건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
재무설계를 기반으로 한 은퇴설계는 단순한 저축이 아닌, 장기적인 시각에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자산을 효과적으로 운용하는 종합적인 전략이다. 조기에 설계를 시작하고, 주기적으로 점검 및 수정하는 것이 성공적인 은퇴생활의 열쇠라고 보여진다.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충실히 납입하면서 다양한 금융상품을 활용해 자신만의 노후 준비 플랜을 세워 실천해 보면 지금의 노력이 모여 은퇴 후 안정되고 풍요로운 황혼기를 만들어줄 것이다.
